[박승찬 칼럼] 진퇴양난에 빠진 중국 지도부의 고심

2020-03-08 10:36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박 교수님, 지금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하던데, 조심하시고 꼭 마스크 쓰고 다니십시오.” 최근 들어 위챗 메신저를 통해 많은 중국친구들이 필자한테 안부를 묻고 있다. 한 달도 안 되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한 달 전에는 필자가 일일이 중국친구한테 안부를 물으며 마스크 꼭 쓰고 다니라고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발원지인 중국에선 진정국면에 접어든 반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0여개 국가, 10만명 이상을 감염시키며 아직도 그 끝이 어딘지 모른 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은 현재 후베이성 우한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정부는 언론매체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고, 빠른 시일 내 종식될 것이라고 인민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공산당에 의한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선동)를 통해 민심을 달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정상과의 첫 만남인 몽골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전염병 통제에 당과 정부가 총력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미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후베이성에서는 하루 100명 이상의 확진자,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몇 차례에 걸친 확진자 수의 통계기준 변화와 군부대 감염 가능성에 대해 서방언론뿐만 아니라 중국 내 많은 사람들도 정부통계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내 2차 확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심리가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지도부는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변곡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매우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23일 전국 공산당 간부 17만명과 온라인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며 더욱 강력한 방역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생산조업 회복과 노동자 복귀, 교통물류, 시장공급 업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생산·소비 활동이 더 지연될 경우 중국경제가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고, 2월은 6%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형국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일·야채·육류 등 식품의 경우 지역봉쇄 및 물류배송 지연으로 인해 대도시 공급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둘째.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값이 작년 동기 대비 약 120% 급등하다 보니 이를 대체하는 소고기와 양고기 가격도 함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한편으로는 지역봉쇄 해제 및 강화된 지역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해서 물류배송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세 국면의 코로나19가 사람의 지역 간 이동이 본격화될 경우 다시 2차 확산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의 지난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제조업 경기동향지수)가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제조업 PMI가 35.7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고, 서비스업 PMI는 29.6으로 2008년 금융위기 대비 21% 이상 폭락했다. 중국지도부가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3일 17만명의 온라인 영상회의 이후 25일부터 생산 조업활동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조업률이 매우 낮은 상태이다. 각 지자체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에 대한 방역을 여전히 강화하고 있고, 또한 불안과 공포 심리로 인해 사람들이 최대한 이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춘제 연휴 이후 평균 노동자 복귀비율이 아직 60% 수준이다. 중국정부는 2월 말 기준 대기업은 약 80%, 중소기업은 약 85% 정도 생산조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상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아 교대근무 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베이징의 경우 약 40%, 상하이 50%, 광둥성은 약 70% 정도만 업무에 복귀하고 있어 총체적인 중국의 제조공급사슬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민영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로 죽으나 기업파산으로 죽으나 피차 만찬가지’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면 결국 실업률 상승 및 기업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확산될 것이고, 이는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국 지도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당면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과 꺼져가고 있는 1분기 중국경제의 불씨를 지금부터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더욱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020년은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의 원년이 되는 해이다. 경제발전은 중국공산당을 지키는 방패이기에,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에 따라 중국지도부의 리더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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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