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경제를 강타할 블랙스완의 위기

2020-02-09 12:35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우한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중국 공산당은 때늦은 바이러스와의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과 투자, 소비의 모든 주체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금의 사태가 올해 1분기 내에 해결될 수 있는가, 아니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미·중 무역전쟁 1단계 합의를 한 지 불과 8일 만에 신흥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우한이 봉쇄되었고, 뒤늦은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중국은 춘제 연휴가 지나고 지난 3일 상하이 및 선전증권거래소 개장과 동시에 3000개가 넘는 종목이 가격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되었다. 이걸 예견한 중국인민은행이 2일 시장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투자자의 심리적 불안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정부가 여러 가지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불안 심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비록 우한에서 시작된 봉쇄 도시가 현재 14개시로 확대되었지만,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기타 중국경제 성장의 주요 핵심도시들도 이미 외출금지령 등 거의 봉쇄 도시나 다름없이 모든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의 확산사태를 1분기 내에 제어할 수 있다면 2분기부터 중국정부는 재정‧통화확대 정책을 통해 떨어진 1분기 경제성장률을 2분기에서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태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시장에서 우려하는 ‘블랙스완의 위기’가 더욱 강하게 불어닥칠 것이다. 회자되는 4대 회색코뿔소(grey rhino; 제조 기업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를 컨트롤하기에도 급급한 중국경제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 즉 ‘블랙스완의 위기’가 중국경제를 집어 삼킬 기세다.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모든 실물경제가 멈추어진 상태이다 보니, 그 피해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 각 지방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출근을 가능한 연기하고, 지역마다 다르지만 춘제기간 고향으로 간 농민공의 공장 복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힘들게 먹고사는 농민공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베이징 및 상하이 등 일부 지방정부는 부랴부랴 농민공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유급휴가 형태로 월급을 정상대로 지급하고,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 특수 업종의 노동자들에게는 추가 보상수당을 주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밥을 사겠다고 큰소리 치고, 실제 밥값은 기업들보고 내라는 형국인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기업들의 대부분이 수출 및 내수에 의존하는 민영중소기업 혹은 소규모의 영세기업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기화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민영수출기업의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생산조업도 하지 않는데 임금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게다가 공장 임대료 지불 및 제품납부기일 압박 등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면서 중소 및 영세 민영기업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만약 지금 사태가 2분기까지 지속된다면 중국 중소민영기업들의 자금압박으로 인한 파산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중국이 그동안 수입중간재 대신 자국산 제품을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이른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 확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중국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경제 성장의 핵심 축인 서비스 3차산업의 영향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중국 전체 GDP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타격은 중국경제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서비스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결국 전체 GDP 성장률은 0.5% 포인트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1조 위안(약 170조원)에 달하는 춘제 대규모 소비특수가 사라졌고, 중국인들의 불안 및 불신심리가 향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되어 여행업, 요식업, 소매, 교통 등 서비스산업을 급속히 냉각시킬 것이다. 지속적인 수출하락에 중국정부는 2020년을 중국 내수소비 진작의 원년으로 삼고 각종 소비 진작정책을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블랙스완 한 마리가 중국에 날아온 것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3차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가 거의 4억명 정도이니, 만일 이 중 10%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4000만명 가까이 실업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는 중국 실물경제의 엄청난 타격과 함께 정치적 기반까지 흔들 수 있는 매머드급 사태라고 봐야 한다. 중국 국내 제조공급망이 무너지고, 도미노처럼 민영기업 파산으로 이어지고 실업률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진행될 수도 있다. 결국 농민공들은 실업자로 몰락하게 되고,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의 중국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실업률은 중국 공산당 리더십의 바로미터이다. 결국 중국 정치 거버넌스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애기이다. 경제와 민심을 모두 잃을 경우 닥쳐올 위기에 중국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경제는 이미 글로벌 경제와 동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