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르포] 우체국 마스크 판매 첫날, 남양주시 덕소우체국 가보니 "80명분 순식간에 동나"
2020-03-03 00:00
"새벽 5시 30분부터 나와서 줄을 섰어요. 8시 되기 전에 이미 80명 마감된 것 같다며 직원들이 줄 서지 말라고 하는데 어디 그게 되나. 혹시나 해서 다들 줄서고 기다리고 있지."
남양주시 덕소우체국에는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이수현 덕소우체국장은 "우체국 문을 오전 8시에 여는데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며 "지금부터는 줄을 서도 소용없다고 돌아가시라고 해도 줄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해서 어르신들 추우실까봐 따뜻한 물과 사탕 등을 나눠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현 국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낮 12시부터 줄을 서시 길래 번호표를 나눠드리고 이따 오후 2시에 오라고 말씀드렸더니 1시에 다시 줄이 이어져서 '왜 나한테는 번호표를 안 주냐'며 항의하는 손님들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미리 번호표를 배부하지 않고 11시 20분 전 번호표를 나눠드리고 11시 정각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1시 20분 전 번호표 분배가 시작됐다. 1번으로 줄 선 이학란 할머니 앞을 막아선 할아버지들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내가 일찍 왔는데 안에 잠깐 들어가 있었다고···.", "이 양반아, 줄을 서야지 안에 있었다고 거짓말하면 돼? 줄 선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고래고래 고함이 이어지고 이 국장이 줄을 정리한 후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체국장의 도장이 찍한 번호표 딱 80개만이 유효하다.
55번으로 마스크를 손에 넣은 조삼훈씨(73·남양주시 거주)는 "복권당첨된 것보다 더 기쁘다"며 "7시 20분부터 나와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내일도 나와서 줄을 설 거냐고 물어보니 "내일은 다른 사람들이 사야지, 내가 또 나오면 쓰나"며 돌아섰다.
이 국장은 "정신없이 80명 분이 끝났다"며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는 마음이 무겁다. 마음 같아서는 다 나눠드리고 싶은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우체국 앞에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써붙였던 종이를 떼냈다. 내일도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행렬은 다시 이어질 것이고 이 풍경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당분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마스크가 시중에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한 시민들의 고생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