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격에 눈높이 낮아지는 상장사 기업이익

2020-03-01 10:5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작년 동기보다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1월 말까지만 해도 작년 대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한 달 새 7% 가까이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5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조7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망이 맞다면 1분기 주요 기업 이익은 작년 동기(21조5203억원)보다 3.55% 줄어든다.

이는 2월 한 달간 기업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22조207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기업 실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부쩍 커지면서 2월 말 영업이익 전망치는 1월 말보다 6.53% 하향 조정돼 작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기업별로 보면 전체 145곳 중 67.6%인 98곳(적자 전환·적자 확대 포함)은 1월 말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한 달 새 주요 기업 10곳 중 7곳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셈이다.

이 가운데 실적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 기업은 정유 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S-Oil(에쓰오일)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만에 각각 77.9%, 76.5%씩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역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보다 70.2% 적어졌다.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에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고, 여행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역시 적자 전환이 예상됐다.

그 외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호텔신라(-34.6%)와 파라다이스(-43.3%), 코스맥스(-34.2%), 애경산업(-31.0%) 등도 한 달 새 실적 전망치가 급격히 줄었다.

이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공포가 재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11명에 불과했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월 들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3150명으로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40일 만에 3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7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른 경기 타격 우려도 점점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내리면서 2008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3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내린 65로 급락해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1분기 경제는 물론 기업 실적까지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불안으로 에너지·디스플레이·운송 등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코스피 200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은 기업 실적에 단기적인 리스크로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 하향 조정된 데 반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0.09% 내려가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