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댓글조작' 드루킹 징역 3년 확정…2년만에 최종결론

2020-02-13 14:09

포털 사이트 댓글 등을 조작, 특정한 여론을 일으키거나 선거운동에 악용한 혐의 등을 받는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드루킹 김씨의 상고심에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서유기' 박모씨와 '솔본아르타' 양모씨, '둘리' 우모씨도 1,2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 2018년 1월 19일 네이버의 수사 의뢰로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진지 2년여 만에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왔다.

김씨는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 등으로 2016년 말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고 노회찬 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이를 숨기기 위해 관련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이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피해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고 노회찬 전 의원 유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도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의 댓글 조작 범행이 유죄로 확정되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지사와 관련된 부분은 상고심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급심 범죄사실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 등과 공모해 댓글 범행을 한 것으로 돼 있지만, 김 지사와의 공모 여부는 상고이유로 주장된 바 없어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지사는 김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0여개에 총 8840만여회의 공감·비공감(추천·반대) 클릭신호를 보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은 김 지사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뒤 김 지사는 법정구속됐지만,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돼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지사 항소심 선고는 지난해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차례 연기돼 변론이 재개된 상황이다.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장도 최근 교체됐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기존 재판부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관계는 인정된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새 재판부는 김씨 일당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