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영업력을 키워라' 알버트김 처브라이프생명 신임 대표

2020-02-12 14:55
보험설계사 출신으로 CEO에 올라… 소비자 마음 꿰뚫는 베테랑
직원들과 마음 나누며 소통하는 따뜻한 리더십…한파 속 '어묵포차' 열기도

알버트 김 처브라이프생명 대표[사진=처브라이프생명]



[데일리동방] "많이 춥죠? 따뜻한 어묵 들고 가세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2월 어느 날, 서울 강남구 삼성로 처브라이프생명 본사 앞에 난데없이 어묵 포차가 떴다. 이 앞에서 정장코트를 입은 한 노년 신사가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처브라이프생명 직원들에게 어묵을 직접 서빙했다. 어묵을 받아든 직원들과 미소로 인사를 나누며 업무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눴다. 이 신사는 다름아닌 알버트 김(한국명 김형석) 신임 대표다.

회사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한 후 조직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며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직원들과 자유롭게 직접 소통하며 의견을 경청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직원들도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김 대표의 리더십은 직원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버트 김 대표는 두 달 전인 지난 해 12월 12일 취임했다. 그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처브라이프생명에 긴급 투입된 구원투수다.

처브(Chubb) 그룹의 한국 법인인 처브라이프생명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무려 마이너스 10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107억원이었다. 지난 2분기에도 영업손실 -77억원, 당기순손실 -763억원을 기록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처브라이프생명은 1990년 뉴욕생명이라는 타이틀로 시작, 2011년 에이스그룹에 매각됐다. 전속보험설계사(FC), 독립보험 대리점(IGA), 방카슈랑스 채널, 온라인보험 채널을 통해 보장성 보험, 저축성 보험, 투자형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알버트 김 대표는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보험업계에서 25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최근까지 AIG 코리아에서 영업 및 경영기획 총괄 부사장을, 알리안츠 코리아에서 전략기획 총괄 임원으로 영업현장 변화 관리를 통해 혁신적이고 핵심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사(AXA)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두루 거치며 중책을 맡았다.
 
 

[사진=처브라이프생명]

 
 
알버트 김 대표는 머리는 하늘을 향하되 발은 굳건히 땅을 딛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실용주의 리더에 가깝다.

김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쓸데없이 새어나가는 구멍을 찾아내 막고, 회사 수주율을 높이기 위해 판매 채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대표들이 거의 파이낸스 분야 전문가였다면, 김 대표는 설계사 출신이라 현장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알버트 김 대표는 처브라이프생명을 영업력이 탄탄한 외국계 보험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판매 채널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담당 임원을 선임하고, 지원 조직도 대폭 확대했다.

조직의 '군살 빼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단행해야 하는 구조 조정도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처브라이프생명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여기에 3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겐 퇴직금과 특별지원금 30개월치 지급안이 제시됐다. 창업 컨설팅 등 부대 비용도 지원하며,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희망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렇듯 못내 떠나는 직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뉴욕생명 이후 몇 차례 간판이 바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지켜온 직원들이 더 많다. 처브라이프생명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알버트 김 대표는 믿고 있다.

처브라이프 극동지역을 총괄하는 브래드 베네트 사장은 "알버트 김 사장은 한국의 보험시장과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김 사장은 판매채널 역량 강화를 통해 처브라이프를 한층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