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소득세 내고 싶어"...공유숙박 호스트의 눈물

2020-02-11 11:14
한국인 숙박금지, 숙소 하나만 운영 가능 첩첩이 규제...신산업 발목 잡아
규제 샌드박스 근본 방책 아냐..."기존업계 반발, 가장 큰 걸림돌"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공유숙박업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숙박금지, 숙소 하나만 운영 가능 등 첩첩이 규제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손님을 받을 방안을 내놨지만, 보다 근본적인 방책인 관련법 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숙박협회 등 기존업계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샌드박스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기득권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일 공유숙박업계에 따르면 공유숙박업은 그 규모가 호텔산업을 능가할 만큼 커진 지 오래지만, 겹겹이 쌓인 규제로 사업운영이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 서비스는 농촌 지역과 일부 한옥 숙박시설을 빼면 모두 불법이다. 지난해 정부가 연간 180일에 한해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를 허용하는 '공유민박업' 도입안을 내놨지만 숙박업계의 반발로 진전이 없다. 내외국인 대상 숙박공유가 허용된 농촌 지역은 호스트를 지역 거주민으로 제한하는 '농어촌정비법'에 묶여 있다.

이밖에도 호스트는 직접 거주하는 집(전입신고를 한 집)에서만 공유숙박업을 영위할 수 있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업장으로 이용할 수 없다.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에서만 사업할 수 있지만 전 가구의 동의를 받아야만 사업할 수 있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공유숙박 호스트 김모씨는 "이미 한국에서만 수천, 수만의 호스트가 여러 숙소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거주하는 집의 일부 공간을 임대한다는 당초 취지는 깨진 지 오래"라며 "더 이상 민간숙박은 보조장치가 아닌 여행문화의 트렌드가 됐다는 현실을 제도가 빨리 캐치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스트 입장에서도 일부러 무허가 운영을 하려는 게 아니다. 떳떳해질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숙박업자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숙소에도 멋진 이름의 간판 달고, 정당하게 사업자로서 세금을 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공유숙박 호스트 노모씨는 "호실 하나만 운영해서는 용돈벌이 수준밖에 되지 않아 호실을 늘리려는데, 내 명의로는 하나만 운영 가능하기 때문에 친족, 지인들 명의를 총동원했다"며 "엄밀히 말하면 법을 어기진 않은 거지만 편법을 쓴 셈"이라고 자조했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규제를 받아들여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 같은 방침은 법 개정 없인 근본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역 반경 1㎞ 이내에 4000명 호스트에 한해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를 허용했다. 다만 여전히 본인 거주지 외에선 운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운영일수도 연간 180일로 제한됐다. 규제 제외 플랫폼 역시 국내 공유숙박 업체 '위홈'에만 적용됐다.

이에 대해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과장은 "위홈 서비스 개시가 빨라야 6~7월인데, 더 이상 조건 완화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우선 위홈 서비스부터 운영하면서 실적을 내고,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조건 완화나 궁극적인 법령, 제도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설득 과정은 결국 '밥그릇 싸움'을 중재하는 일이어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장은 "숙박협회 등 이해관계자 측은 일방적으로 반대하고 있을 뿐 전혀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기미는 없다"며 "택시업계만큼은 아니어도 전국적인 조직이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