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시내각 붕괴' 이스라엘, 네타냐후 강경정책서 선회 가능성

2024-06-10 11:33
'중도파' 베니 간츠 이탈...'조기총선' 압박
네타냐후 '요지부동' 속 간츠 지지율 앞서

이스라엘 야당 국가통합당 대표 베니 간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시내각 내 중요 인물의 이탈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향후 하마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완화할지 주목된다. 야당 등 내각 일원의 균열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향후 전시내각 구성에 생길 변화에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현지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9일(현지시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내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비상 정부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라가 분열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개전 1년이 되는 올가을쯤 조기 총선 실시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네타냐후가 추진해 온 '하마스 소탕' 등 강경 일변도 행보가 '정치적 셈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달 8일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계획을 마련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총리가 불응하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간츠 대표는 3인 체제인 전시내각에서 '중도파'로 분류됐다. AP통신과 영국 일간 더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출신인 그는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3일 뒤 전시내각에 합류했다. 다소 유화적 입장을 견지한 그는 미국 등 우방국과 소통에 있어 윤활유 역할을 했다. 아울러 이타미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 극우 인사를 전시내각에서 배제시켜 극단적 결정을 내리는 걸 막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임을 만류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베니,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고 힘을 합칠 때"라며 이스라엘 인질이 석방되고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간츠 대표 이탈이 당장 네타냐후 정부 존립을 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는 건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소속된 집권 리쿠드당은 120명 정원의 이스라엘 의회(크네셰트)의 64석을 확보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와 연립정부를 수립한 극우 인사들은 이날 간츠 대표가 단일 대오를 무너뜨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간츠 대표의 공석은 현 야당의 강경파 의원이나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기 총선 조율은 난항을 겪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내년 초에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최근 작전으로 인질 4명을 구출했으나 그 과정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200여 명이 숨졌다. 여전히 하마스 최고지도부가 건재하고, 100명 이상의 인질도 구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내적으로 '휴전'과 '전후 계획'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3단계 휴전안'을 이스라엘에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제안하면서 네타냐후가 전쟁을 장기화해 정치적 이익을 얻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CNN은 분석했다.

간츠 대표는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 측에 하마스 제거, 가자지구 인질 귀환, 가자지구 대체 정부 설립, 실향민 귀화 등에 관한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CNN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조속히 휴전해 중단됐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노리고 있다.

최근 지지율에서도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추월했다. 이스라엘 마리브신문이 지난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츠 대표 지지율은 42%로 네타냐후 총리(34%)보다 8%포인트 앞서 있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 핀카스는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간츠 대표가 내각에 남았을 경우 지지율 하락에 직면할 가능성을 보고 사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