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철퇴’ 맞은 크리스에프앤씨, 연초 액운 털어낼까

2020-01-07 06:49
패셥업계 업황 부진으로 영업익 대폭 하락
올해 온라인·대리점 채널 강화로 수익성 제고

크리스에프앤씨(대표 우진석)의 골프웨어 '파리게이츠'는 프로골퍼 조혜림 선수와 의류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김한흠 크리스에프앤씨 사장과 프로골퍼 조혜림 선수가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없음. [사진=크리스에프앤씨]

국내 최대 골프웨어업체 크리스에프앤씨가 연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게 과징금 1억5000만원 철퇴 처분을 받았다. 수급업자에게 자신들의 골프 의류를 백화점 매장 등에서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코스닥 시장 상장 후 1년 동안 업황 부진으로 부침을 겪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크리스에프앤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50개 수급사업자들에게 자신이 판매하는 파리게이츠와 마스터바니 에디션 브랜드 골프 의류를 특정 백화점 또는 직영 매장에서 구입하도록 요구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매출이 부진한 매장의 매출 증대를 위해 거래 중인 수급사업자들에게 골프 의류 구입 일자, 매장 및 금액(1회당 50만~200만 원 수준) 등을 정해서 통보했고, 수급사업자들이 요구한대로 구입했는지 그 결과도 보고하도록 했다. 50개 수급사업자들은 크리스에프앤씨의 요구에 따라 총 1억2425만4280원에 해당하는 골프 의류를 구입했다. 하도급법 제12조의2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서면 발급의무 위반 행위도 적발됐다. 2014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59개 수급 사업자들에게 의류 봉제 및 원·부자재(프린트, 자수 등)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계약 당사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지 않은 계약서를 발급하거나, 목적물 검사 방법 등 법정 기재사항을 누락한 계약서를 발급했다.

공정위는 “골프의류시장에서 지명도가 상당한 사업자가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과 거래하는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한 행위 등을 제재한 것”이라면서 “향후 유사 사례 발생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1998년 8월 설립된 크리스에프앤씨는 핑, 팬텀,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 에디션 등 7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2018년 9월 코스닥 상장 후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555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매출 519억원, 영업이익은 25.5% 줄어든 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 부진했던 의류 브랜드 잭앤질을 철수시킨 영향도 있지만, 크리스에프앤씨를 둘러싼 영업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경쟁사들도 늘어난 데다가 골프 수요도 증가하고는 있지만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 고객인 여성들의 골프웨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골프웨어가 일상복화되는 트렌드는 우호적인 요소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올해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지급수수료 절감 효과를 노릴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비중은 2018년 5.1%에서 지난해 약 7%까지 늘었다. 아울러 점포 효율화로 수익성을 향상시킬 전망이다. 판매수수료 비중이 큰 백화점은 줄이고, 대리점은 늘려 수수료율을 낮추는 전략이다. 

특히 3대 브랜드인 핑, 팬텀, 파리게이츠와 신규 브랜드 세인트앤드류스, 마스터바니에디션을 가격대 및 연령대별로 시장을 세분화해 브랜드별 성장전략을 수립했다. 젊은 소비층을 타깃한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팬텀 브랜드는 40~60대를 타깃으로 하는 중저가 브랜드로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및 일상복 이미지를 강화,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대리점 위주의 유통채널을 확대한다. 핑은 40~50대 타깃의 중가 브랜드로 모던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고, 대리점 위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파리게이츠는 고가브랜드로 40대를 핵심 고객으로 한다. 럭셔리 패션 이미지 강화 및 미진출 지역의 핵심 상권에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초고가 브랜드 마스터바니에디션은 제2의 파리게이츠로 퍼포먼스 골프웨어 이미지를 내세운다.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중심 운영에서 럭셔리 상권 중심으로 매장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