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골프웨어 크리스에프앤씨 “우리 옷 사라” 갑질...과징금 1.5억

2020-01-05 12:18
50개 하청 사업자에 자사 골프 의류 구매 강요
59개 하청 사업자에 의류 제조 위탁 시 서면 계약서 발급 안 해

국내 최대 골프웨어 업체 ‘크리스에프앤씨’가 하청 업체에 자사 제품 구매를 강요하다 1억원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청 업체에 의류 제조를 위탁하면서 서면 계약서도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크리스에프앤씨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핑(Ping), 팬텀(Fantom), 파리게이츠(Pearly Gates), 마스터바니 에디션(Master Bunny Edition) 등 유명 브랜드 골프 의류 제조·판매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만 2555억원에 달한다. 2017년 기준 국내 골프 의류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이런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하청 업체에 자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크리스에프앤씨는 2014년 12월~2017년 3월 6차례에 걸쳐 50개 하청 사업자들에게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 에디션 등 자사 골프 의류를 특정 백화점이나 직영 매장에서 사도록 강요했다.

재계약이 임박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과 거래하는 하청 사업자들에게 골프 의류 구매 일자, 1회당 50만~200만원 등 금액을 정해 통보했다. 이후 이들 사업자가 요구한 대로 샀는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그 결과 50개 사업자가 총 1억2425만4280원 상당의 골프 의류를 샀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청 업체들은 크리스에프앤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향후 위탁 거래가 중지 또는 축소되는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원청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또 2014년 11월~2018년 10월 59개 하청 사업자들에게 의류 봉제와 프린트, 자수 등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서면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프 의류 시장에서 지명도가 상당한 사업자가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 사업자에게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한 행위 등을 제재해 향후 유사 사례 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는 엄정히 법 집행을 해 하청 사업자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에프앤씨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식[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