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지친 일상, 웰니스 여행서 ‘느낌표’…명상·스파 즐기며 ‘쉼표’

2020-01-06 00:00
리솜포레스트 ‘해브나인 일링스파’서 원시림 노천스파
체질진단부터 氣 북돋는 한약입욕까지
‘깊은 산속 옹달샘’ 옹기종기 명상의 집
자연 그대로 삼시세끼 건강밥상 ‘채우고’
2400년 역사 티베트 요가 잡념 ‘비우고’

일상에 치이고, 삶이 고된 현대인에게 여행은 ‘쉼표’가 있어야 한다. 그저 좋은 풍경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하기 즐기길 원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 것이다. 공기 좋은 자연을 만끽하고, 건강한 음식 맛보고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웰니스 여행’이 대세가 된 이유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이 합쳐진 웰니스가  각광받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최근 웰니스 관광지 41곳을 선정했다.

꽉 막힌 출근길도, 답답한 빌딩 숲도 까마득히 잊히는 이 순간, 오롯이 내 몸을 위한 이 건강한 여행을 통해 힘겨운 삶은 다시금 활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
 

리솜포레스트 야외에 마련된 인피니티 풀. 소나무가 우거진 산속에서 호젓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목욕도 사상체질에 맞게 즐기면서 ‘힐링’

건강을 중시하면서 반신욕을 비롯해 족욕·수욕·풍욕 등 목욕법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몸 상태에 따라, 체질에 따라 어울리는 목욕법도 다르다. 따끈한 물속에 들어앉아 시간을 보낸다고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속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 특질을 뜻하는 ‘체질(體質)’. 체질을 알고 이에 맞는 탕욕(湯浴)을 즐기면 좀 더 건강한 겨울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충북 제천에 개인별 사상체질을 분석해주는 맞춤형 스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바로 리솜포레스트 해브나인 힐링스파에 있는 사상체질 스파존이다. 개인별 사상체질을 진단해 맞춤스파를 제공하는 이곳은 어디에도 없는 해브나인 힐링스파만 가진 독특한 콘텐츠였다. 전문가가 분석을 통해 체질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체질탕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태양인을 위한 입욕탕만 제외하고 태음인·소음인·소양인에게 맞는 체질탕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체질별 맞춤 약재가 들어 있어 부족한 기운까지 보강할 수 있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이제 체질을 진단해볼 차례다. 이곳에 있는 체질진단 기계는 북한에서 건너왔단다. 북한 한의사가 만든 것으로, 남한에는 2개뿐이다. 현재 남북교류가 경색되면서 더는 들여올 수 없게 됐다.

오른손 엄지부터 왼손 새끼손가락까지 열 손가락을 기계로 인식한 후 자동으로 체질을 알려준다. 공교롭게 그날 함께 찾은 일행 모두가 ‘태음인’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우리는 작은 태음인 맞춤탕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색함을 달랬다. 건식과 습식으로 구분된 체질별 사우나 시설도 이용해볼 수 있었기에 우리는 또다시 우르르 문을 열고 들어가 사우나를 즐겼다. 

탕에서 나온 후 체질에 맞는 기호식품과 운동법 등을 안내받고 명상원에 앉아 체질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춥지 않은 날에는 노천스파도 꼭 즐겨보길 추천한다. 원시림 기운 가득한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주하며 탕에 몸을 맡기고 앉아 온욕(溫浴)을 즐기는 것만큼 최고의 웰니스 여행은 없다. 이외에도 냉탕과 아로마탕·편백탕 등 다양한 탕이 있어 노천스파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물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해 심신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수중 명상을 비롯해 독소 배출과 피로회복을 돕는 물 에너지스파, 수면 위에 요가매트를 띄우고 다양한 요가 동작을 수련하는 아쿠아 플로팅 요가까지 물속에서 즐기는 스파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운영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사진=기수정 기자]

◆건강식 맛보고 명상도 하고

참된 휴식이란 무엇일까. 손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건강한 밥상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명상을 하며 누적된 피로를 떨치는 ‘아날로그형 휴식’이 아닐까. 

해답을 얻고자 두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같은 지역 충주에 자리한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지난 2010년 아침편지문화재단이 설립한 이곳에는 명상의 집·꿈꾸는 다락방·꿈사다리집·숲속의 그린하우스·네잎클로버집 등 이름만큼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색감을 지닌 건물이 숲속 곳곳에 있다. 개원 이래 지속해서 기금이 모이면서 건물을 한두 동씩 짓기 시작했단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엔 항상 가까이했던 스마트폰과 연말연시에 많이 찾았던 주류를 멀리해야 했다. 그 빈자리는 조용히 즐기는 명상과 건강한 밥상이 채웠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는 하루 삼시 세끼, 건강한 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유료로 제공하는 이 식단은 간장과 오일 등을 제외하고는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기분 좋은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에는 요가와 명상으로 건강을 챙겼다. 티베트에서 24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프로그램 ‘싱잉볼 명상’을 비롯해 2인 1조 짝을 지어 체험하는 요가 동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익숙했던 생활에서는 멀어졌지만 명상과 요가 등을 통해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잡념을 비워내니 그 안에 맑고 깨끗한 기운이 가득 찼다.

징 소리에 맞춰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 ‘잠깐 멈춤’ 시간도 특별함을 선사했다. 명상을 이끄는 ‘아침지기’를 따라 숲속 산책길을 걷다 예고도 없이 울리는 징 소리에 맞춰 걸음과 모든 행동을 멈추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함 가득한 숲속을 새소리와 바람 소리, 옆 사람 숨소리만이 채웠다.

징은 식사 중에도 어김없이 울렸다. 울리자마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은 후 식사를 잠시 멈추고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 입안에 머금은 재료들과 눈앞에 놓인 음식 냄새가 오묘하게 오감을 자극했다.

그저 잠깐 멈추는 것에 참된 휴식에 대한 답이 있고, 이를 통해 삶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관계자 설명이 마음을 울렸다. 

옹달샘 스테이 ‘옹스’를 신청하면 하룻밤 혹은 며칠을 보내며 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걷기명상 힐링춤과 명상요가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리솜포레스트 해브나인 힐링스파에서 운영하는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용객들. [사진=기수저 기자]

사상체질을 진단받는 이용객. 내국인 60%는 태음인이라고 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운영하는 명상‧요가 프로그램. [사진=기수정 기자 ]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운영하는 명상‧요가 프로그램.[사진=기수정 기자]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운영하는 명상‧요가 프로그램. 체험자들이 강사가 선보이는 동작들을 따라하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