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석규 "'뿌나' 세종, '천문' 세종의 차이점은…"
2019-12-30 10:58
어느 날 허진호 감독이 영화 '천문' 시나리오를 들고 나타났다. 배우 한석규(55)와 최민식에게 "세종 역할과 장영실 역할은 두 분이 알아서 맡으라"면서. '연기 장인'이니 누가 어느 배역을 맡건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그득한 말이었다.
한석규와 최민식은 마주 앉아 '형 먼저' '아우 먼저' 옥신각신했다. 고민 끝에 한석규는 "그럼 제가 세종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최민식은 "괜찮냐"고 물었다. 한석규는 이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세종 역을 연기한 바 있기 때문이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본인에게 부담일 수도 있었다. 의아하다는 최민식에게 한석규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보통 아우들이 건방지다"라고 웃어넘기는 그에게는 어떤 자신감이 그득했다.
한석규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뿌리깊은 나무'와는 다른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시간이 흐르며 세종에 관한 다른 '이해'가 생겼다. 한석규는 또 한 번 '이도'의 곁에 다가가고자 했다.
영화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의 두 천재,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려냈다.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생사는 물론, 발명품 제작 자료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의문을 남기고 사라진 이유를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 사극'이다.
"이번에는 다른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뿌리깊은 나무' 당시 때 저는 세종이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세종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더라고.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거 같아요."
결정적이면서도 섬세한 결의 차이. '뿌리깊은 나무'와 '천문' 속 세종을 가르는 한방이었다.
"세종의 원동력이 뭘까? 왜 그런 일을 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뿌리깊은 나무' 때는 그의 원동력 즉 뿌리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 저도 50대가 넘으니까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건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저도 그렇거든요. 역사에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계셨을까. 어디에 계셨을까. 고민해봤어요."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천문'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세종'을 연기하게 된 한석규. 그는 더 깊이 또 폭넓게 세종을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엔 '사람을 절대 죽이지 말아야지'란 마음이었어요. 반면 이번엔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다른 시선이 없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천문'의 다른 점은 세종의 '파트너'가 등장한다는 점. 관노 출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함께 함께 꿈을 이뤄간다는 점이 '천문'의 주된 줄거리다.
영화 속 세종과 장영실처럼 실제 한석규와 최민식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최민식 81·한석규 83) 사이로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우정을 다진 이들은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이다.
"대학교 때 종이 하나랑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재밌게 놀았어요. '우리 1,000만 원이 생기면 어디에 쓸래?' 늘 그런 식으로 놀이를 했죠. 다 큰 어른들이 누가 그러고 놀겠어요? 하하하.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면서 우린 우리가 자연스레 같은 (종류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고요."
그는 최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물'과 '불'로 표현하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도 거들었다.
"민식이 형은 타지 않으면 안 돼요. 활활. 모든 걸 태워야 하죠. 저는 계속 모아서 한 번에 뿌려야 하거든요. 물처럼요. 그 형님은 모았다가는 큰일 나지. 펑 터지니까."
'연기 장인'이 만났으니 애드리브도 쏟아질 법했다. 한석규 역시 이번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며 "어땠냐"고 되물었다. 그가 작품과 캐릭터에 몰두해 아이디어를 낸 장면들은 놀랍게도 관객들이 '명장면'으로 꼽고 있는 신들이었다.
대표적인 신은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누워 별을 보고 있는 신과 관료들에게 "개XX"라고 폭발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 리액션이 달라요. 여기 앉아서 인터뷰하다가 서서 하면 당장 반응이 다른 것처럼요. 연기할 때도 그래요. 더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욕하는 장면은 '뿌리깊은 나무' 때와 달리 접근해서 가능했어요. 우연히 얻어걸린 거지. 하하하. 인생이 모두 그런 거죠. 태어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우연이에요. 그 생각으로 지금은 뭐든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연기도 사는 것도 말이에요."
많은 선후배·동료들에게 '연기 장인'이라 불리지만 아직도 "연기는 숙제"라는 한석규. 그는 "나에게 있어 연기란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에 담배를 끊었어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중요한 건 연기 때문이었죠. 자꾸 가래가 끓어서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액터는 소리를 내는 일인데 담배 때문에 어렵다면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한석규와 최민식은 마주 앉아 '형 먼저' '아우 먼저' 옥신각신했다. 고민 끝에 한석규는 "그럼 제가 세종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최민식은 "괜찮냐"고 물었다. 한석규는 이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세종 역을 연기한 바 있기 때문이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본인에게 부담일 수도 있었다. 의아하다는 최민식에게 한석규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보통 아우들이 건방지다"라고 웃어넘기는 그에게는 어떤 자신감이 그득했다.
한석규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뿌리깊은 나무'와는 다른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시간이 흐르며 세종에 관한 다른 '이해'가 생겼다. 한석규는 또 한 번 '이도'의 곁에 다가가고자 했다.
영화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의 두 천재,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려냈다.
"이번에는 다른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뿌리깊은 나무' 당시 때 저는 세종이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세종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더라고.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거 같아요."
결정적이면서도 섬세한 결의 차이. '뿌리깊은 나무'와 '천문' 속 세종을 가르는 한방이었다.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천문'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세종'을 연기하게 된 한석규. 그는 더 깊이 또 폭넓게 세종을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엔 '사람을 절대 죽이지 말아야지'란 마음이었어요. 반면 이번엔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다른 시선이 없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천문'의 다른 점은 세종의 '파트너'가 등장한다는 점. 관노 출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함께 함께 꿈을 이뤄간다는 점이 '천문'의 주된 줄거리다.
영화 속 세종과 장영실처럼 실제 한석규와 최민식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최민식 81·한석규 83) 사이로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우정을 다진 이들은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이다.
"대학교 때 종이 하나랑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재밌게 놀았어요. '우리 1,000만 원이 생기면 어디에 쓸래?' 늘 그런 식으로 놀이를 했죠. 다 큰 어른들이 누가 그러고 놀겠어요? 하하하.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면서 우린 우리가 자연스레 같은 (종류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고요."
그는 최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물'과 '불'로 표현하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도 거들었다.
"민식이 형은 타지 않으면 안 돼요. 활활. 모든 걸 태워야 하죠. 저는 계속 모아서 한 번에 뿌려야 하거든요. 물처럼요. 그 형님은 모았다가는 큰일 나지. 펑 터지니까."
'연기 장인'이 만났으니 애드리브도 쏟아질 법했다. 한석규 역시 이번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며 "어땠냐"고 되물었다. 그가 작품과 캐릭터에 몰두해 아이디어를 낸 장면들은 놀랍게도 관객들이 '명장면'으로 꼽고 있는 신들이었다.
대표적인 신은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누워 별을 보고 있는 신과 관료들에게 "개XX"라고 폭발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 리액션이 달라요. 여기 앉아서 인터뷰하다가 서서 하면 당장 반응이 다른 것처럼요. 연기할 때도 그래요. 더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욕하는 장면은 '뿌리깊은 나무' 때와 달리 접근해서 가능했어요. 우연히 얻어걸린 거지. 하하하. 인생이 모두 그런 거죠. 태어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우연이에요. 그 생각으로 지금은 뭐든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연기도 사는 것도 말이에요."
많은 선후배·동료들에게 '연기 장인'이라 불리지만 아직도 "연기는 숙제"라는 한석규. 그는 "나에게 있어 연기란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에 담배를 끊었어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중요한 건 연기 때문이었죠. 자꾸 가래가 끓어서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액터는 소리를 내는 일인데 담배 때문에 어렵다면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 끊임없이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