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젤예' 조정선 작가 "드라마 작가, 화려해 보이지만…대가는 혹독"
2019-11-14 00:00
장편 데뷔작인 '며느리 전성시대'를 비롯해 '솔약국집 아들들' '사랑을 믿어요' '내 마음 반짝반짝'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에 이르기까지. 조정선 작가(49)는 언제나 작품 안에 가족 그리고 시대를 녹여왔다.
"어릴 때는 너무 일찍 가족극을 시작해서 '내가 조로(早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나는 언제 조인성, 공유 같은 배우들과 일해보나?' '주말극은 너무 올드한 것 같아!'하는 소리도 해보고. 하하하."
한때는 격정 멜로를 꿈꿨다. 남녀 간의 비장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시트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조 작가는 이런 게 어울린다"면서. 아니라고 했지만,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인물들이 착해지고, 웃겨지는 마법을 겪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한 회 분량은 A4용지 35장. 일주일마다 A4용지 70장 분량의 글을 써야 하는 조 작가는 16년이라는 시간을 주말극에 쏟아왔다. 가족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아이부터 청년, 중년, 노인까지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살피기를 꼬박 16년. 8편의 가족극을 쓰고 나서야 "이제야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이하 '세젤예')을 마치고 김해숙 선생님과 통화를 했어요. '자긴 이제 뭐든 다 쓸 수 있을 거야' 하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16년간 가족 드라마를 썼는데 한달 반 전에야 깨달았어요. 가족극 안에는 모든 세대의 감정이 다 녹아있다는 걸. 그걸 아우를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굉장한 축복이었어요."
이를테면 종합선물세트다. 10대부터 70대까지 등장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부터 남녀 간의 로맨스,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와 감정이 녹아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는 이 종합선물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세대와 그들의 감정을 몸소 겪어야 했다.
"감정을 잘 알지 않고 쓰기란 어려워요. 모든 감정을 겪어야 하죠. '감정노동'인 셈이에요. 주말극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정신적인 것, 감정 노동이 제일 컸어요. 혼자 모든 세대의 감정을 겪어야 하니까요. 축구선수도 축구를 많이 하면 허벅지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도 정신이 아플 때가 있어요. 드라마를 끝내면 여행을 가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유죠."
40대 작가가 아이부터 청년, 중년, 노인의 감정까지 아우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조 작가가 가진 '소통 창구'가 궁금해졌다.
"작가 지망생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경험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요. 작업실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하하하. 간접적인 경험도 좋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예컨대 기자님을 보고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까' '가족과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하는 식이죠. 그게 맞는지 아닌지보다 끊임없이 보는 게 더 중요해요."
일상을 관찰하는 조 작가의 습관은 시대를 담는 시야로 확장됐다. '며느리 전성시대'부터 '세젤예'까지 가족극을 써온 그는 누구보다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담기 위해 뉴스를 열심히 봐요. 가족관계부터 무슨 일로 갈등을 겪는지 뉴스 안에 잘 담겨있죠. 예전에는 삼대가 한 집에 모여 사니 제작비나 이야기 짜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는데 제가 편하자고 홀로 삼대 이야기를 쓸 수는 없잖아요? 가족관계 변화, 신(新) 고부갈등 등을 체크하고 시대를 반영해야죠. 사람들은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고 문화를 받아들이는지 고민해봐야 해요."
조 작가의 고민은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부갈등을 담은 '며느리 전성시대',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솔약국집 아들들', 가족부양에 대해 말하는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에 이르기까지. 조 작가는 한 번도 같은 주제를 다루거나 반복한 적이 없었다.
"시의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이에요. 시대의 문제, 화두를 담아내려고 하죠. 요즘은 '82년생 김지영'처럼 여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고 이에 관해 고민했어요. 그러다 일을 해야 하는 딸과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 그리고 친정엄마, 시엄마가 불려와 뒷바라지하는 모습을 떠올렸죠. 그 안에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세젤예'의 주제가 됐고요."
시대의 화두를 담아내려는 조 작가의 노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젠더 문제'나 '청년 실업' 등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고 중장년층도 더 쉽게 해당 이슈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주말극을 쓰는 제 입장으로 특별히 누군가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젠더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저는 '여성주의' '남성주의'로도 글 쓰지 않아요. 저는 관점 밖에 서 있는 사람이고 열어두고 보여주려고 하죠. 남자, 여자로 접근하기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을 움직이고 시스템적으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여자가 무슨 죄냐'고 하기보다 '엄마의 입장을 생각해봐'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봐' 하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고 진실로 공감이 되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봐요. 특히 KBS 주말극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특정 편을 들 수 없죠. 저는 보편타당하게 모든 사람의 입장을 보여주려고 해요."
고학력, 고스펙, 고소득인 '알파걸' 미리(김소연 분), 재취업을 위해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미선(유선 분), 고학력자이지만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미혜(김하경 분) 등. '세젤예' 속에는 이 시대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세젤예'는 아주머니, 워킹맘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또 기본적으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누군가는 미리와 인숙(최명길 분) 이야기를 '막장'이라고 했지만 저는 처음부터 계산하고 구성한 터라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해요."
54부작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인물의 갈등이 보였지만 그중 가장 깊이 있게 다뤄진 건 친모 인숙과 딸 미리의 애증 그리고 화해와 성장이었다.
"인숙도 결국 엄마의 딸이죠. 과거 엄마들은 큰딸을 살림 밑천이라고 불렀어요. 친정을 먹여 살리던 딸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보여줬고 미리가 이를 이해하며 성장하게 되는 걸 보여주려고 했죠. '막장'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 계산되어있던 상황이에요. 자세히 보지 않고 겉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철저한 계산과 답이 있었죠."
조 작가는 뉴스만큼이나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예능프로그램도 눈여겨본다고 밝혔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고 또 자극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을 질투하고 있어요. '대충 살아야겠다' 생각하다가도 잘 쓰는 이들의 작품을 보면 벌떡 일어나요. '아!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더 노력해야지' 해요. 저는 트렌디한 작품보다 진정성 있고 따뜻한 작품들을 좋아해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건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에요. 그런 따뜻한 정서가 좋더라고요. 세고 독한 게 대세인데 자기 감수성과 속도, 색깔을 지키는 게 대단해요. 따스함과 진정성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작품이더라고요."
16년간 인기 드라마를 턱턱 내놨지만 이제야 주말극에 관해 자신감이 붙었다는 조 작가. 아직도 글 잘 쓰는 작가를 보면 부럽고 열정이 샘솟는다는 그에게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 작가가 인기 직업이 됐어요. 돈을 엄청나게 버는 줄 아는데 그런 걸 꿈꾸고 시작한다면 아마 정말 힘들 거예요. 물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멋지고 보람된 직업이죠. 하지만 이 멋진 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걸 희생해야 해요. 치러야 하는 대가가 혹독하죠."
조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규칙적인 패턴과 지루함을 견디는 자세라고 말했다. 예술가처럼 술에 취해 글을 써내려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는 아침 8시에 자리에 앉아 오후 5시에 작업을 마치는 규칙적인 패턴을 몇 년간 반복하고 있다며 "재능은 있으면 좋고 노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수행을 해요. 규칙적으로 지내면 저절로 수행이 돼요. 일할 땐 냉정해져야해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에요. '며느리 전성시대' 집필 당시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한번 안아주질 않았어요. 독한 엄마죠. 감기에 옮을까봐 어쩔 수 없었어요. 주말극은 긴 호흡을 가져가야하는데 제가 아프기라도 하면 완전 민폐거든요. 저 하나로 100여명의 사람들이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봐요. 결국 작가란 모든 걸 참아야 하는 직업인 거예요."
"어릴 때는 너무 일찍 가족극을 시작해서 '내가 조로(早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나는 언제 조인성, 공유 같은 배우들과 일해보나?' '주말극은 너무 올드한 것 같아!'하는 소리도 해보고. 하하하."
한때는 격정 멜로를 꿈꿨다. 남녀 간의 비장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시트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조 작가는 이런 게 어울린다"면서. 아니라고 했지만,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인물들이 착해지고, 웃겨지는 마법을 겪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한 회 분량은 A4용지 35장. 일주일마다 A4용지 70장 분량의 글을 써야 하는 조 작가는 16년이라는 시간을 주말극에 쏟아왔다. 가족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아이부터 청년, 중년, 노인까지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살피기를 꼬박 16년. 8편의 가족극을 쓰고 나서야 "이제야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를테면 종합선물세트다. 10대부터 70대까지 등장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부터 남녀 간의 로맨스,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와 감정이 녹아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는 이 종합선물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세대와 그들의 감정을 몸소 겪어야 했다.
"감정을 잘 알지 않고 쓰기란 어려워요. 모든 감정을 겪어야 하죠. '감정노동'인 셈이에요. 주말극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정신적인 것, 감정 노동이 제일 컸어요. 혼자 모든 세대의 감정을 겪어야 하니까요. 축구선수도 축구를 많이 하면 허벅지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도 정신이 아플 때가 있어요. 드라마를 끝내면 여행을 가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유죠."
"작가 지망생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경험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요. 작업실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하하하. 간접적인 경험도 좋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예컨대 기자님을 보고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까' '가족과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하는 식이죠. 그게 맞는지 아닌지보다 끊임없이 보는 게 더 중요해요."
일상을 관찰하는 조 작가의 습관은 시대를 담는 시야로 확장됐다. '며느리 전성시대'부터 '세젤예'까지 가족극을 써온 그는 누구보다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담기 위해 뉴스를 열심히 봐요. 가족관계부터 무슨 일로 갈등을 겪는지 뉴스 안에 잘 담겨있죠. 예전에는 삼대가 한 집에 모여 사니 제작비나 이야기 짜기도 좋았어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는데 제가 편하자고 홀로 삼대 이야기를 쓸 수는 없잖아요? 가족관계 변화, 신(新) 고부갈등 등을 체크하고 시대를 반영해야죠. 사람들은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고 문화를 받아들이는지 고민해봐야 해요."
조 작가의 고민은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부갈등을 담은 '며느리 전성시대',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솔약국집 아들들', 가족부양에 대해 말하는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에 이르기까지. 조 작가는 한 번도 같은 주제를 다루거나 반복한 적이 없었다.
"시의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이에요. 시대의 문제, 화두를 담아내려고 하죠. 요즘은 '82년생 김지영'처럼 여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고 이에 관해 고민했어요. 그러다 일을 해야 하는 딸과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 그리고 친정엄마, 시엄마가 불려와 뒷바라지하는 모습을 떠올렸죠. 그 안에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게 '세젤예'의 주제가 됐고요."
시대의 화두를 담아내려는 조 작가의 노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젠더 문제'나 '청년 실업' 등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고 중장년층도 더 쉽게 해당 이슈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주말극을 쓰는 제 입장으로 특별히 누군가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젠더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저는 '여성주의' '남성주의'로도 글 쓰지 않아요. 저는 관점 밖에 서 있는 사람이고 열어두고 보여주려고 하죠. 남자, 여자로 접근하기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을 움직이고 시스템적으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여자가 무슨 죄냐'고 하기보다 '엄마의 입장을 생각해봐'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봐' 하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고 진실로 공감이 되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봐요. 특히 KBS 주말극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특정 편을 들 수 없죠. 저는 보편타당하게 모든 사람의 입장을 보여주려고 해요."
고학력, 고스펙, 고소득인 '알파걸' 미리(김소연 분), 재취업을 위해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미선(유선 분), 고학력자이지만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미혜(김하경 분) 등. '세젤예' 속에는 이 시대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세젤예'는 아주머니, 워킹맘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또 기본적으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누군가는 미리와 인숙(최명길 분) 이야기를 '막장'이라고 했지만 저는 처음부터 계산하고 구성한 터라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해요."
54부작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인물의 갈등이 보였지만 그중 가장 깊이 있게 다뤄진 건 친모 인숙과 딸 미리의 애증 그리고 화해와 성장이었다.
"인숙도 결국 엄마의 딸이죠. 과거 엄마들은 큰딸을 살림 밑천이라고 불렀어요. 친정을 먹여 살리던 딸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보여줬고 미리가 이를 이해하며 성장하게 되는 걸 보여주려고 했죠. '막장'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 계산되어있던 상황이에요. 자세히 보지 않고 겉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철저한 계산과 답이 있었죠."
조 작가는 뉴스만큼이나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예능프로그램도 눈여겨본다고 밝혔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고 또 자극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을 질투하고 있어요. '대충 살아야겠다' 생각하다가도 잘 쓰는 이들의 작품을 보면 벌떡 일어나요. '아!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더 노력해야지' 해요. 저는 트렌디한 작품보다 진정성 있고 따뜻한 작품들을 좋아해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건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에요. 그런 따뜻한 정서가 좋더라고요. 세고 독한 게 대세인데 자기 감수성과 속도, 색깔을 지키는 게 대단해요. 따스함과 진정성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작품이더라고요."
16년간 인기 드라마를 턱턱 내놨지만 이제야 주말극에 관해 자신감이 붙었다는 조 작가. 아직도 글 잘 쓰는 작가를 보면 부럽고 열정이 샘솟는다는 그에게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 작가가 인기 직업이 됐어요. 돈을 엄청나게 버는 줄 아는데 그런 걸 꿈꾸고 시작한다면 아마 정말 힘들 거예요. 물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멋지고 보람된 직업이죠. 하지만 이 멋진 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걸 희생해야 해요. 치러야 하는 대가가 혹독하죠."
조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규칙적인 패턴과 지루함을 견디는 자세라고 말했다. 예술가처럼 술에 취해 글을 써내려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는 아침 8시에 자리에 앉아 오후 5시에 작업을 마치는 규칙적인 패턴을 몇 년간 반복하고 있다며 "재능은 있으면 좋고 노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수행을 해요. 규칙적으로 지내면 저절로 수행이 돼요. 일할 땐 냉정해져야해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에요. '며느리 전성시대' 집필 당시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한번 안아주질 않았어요. 독한 엄마죠. 감기에 옮을까봐 어쩔 수 없었어요. 주말극은 긴 호흡을 가져가야하는데 제가 아프기라도 하면 완전 민폐거든요. 저 하나로 100여명의 사람들이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봐요. 결국 작가란 모든 걸 참아야 하는 직업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