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기아차, E-GMP 기반 전기차 배터리 2차 입찰 돌입... '120만대 규모'

2019-12-27 07:00
E-GMP 적용 2차 물량... 대부분 보급형 추정
가격경쟁력 높은 중국 업체 등 10여곳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기아자동차가 약 12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입찰에 돌입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전기차에 사용될 배터리의 2차 입찰을 진행 중이다. E-GMP는 현대·기아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내년 초 개발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된다.

이번 입찰은 현대·기아차가 2022년부터 향후 7~8년간 사용할 물량이 대상이며, 규모는 116만대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배터리는 400V(볼트)급 충전시스템을 주력으로 하는 E-GMP 기반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코나’ 기반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이다. 대부분 보급형 전기차에 사용된다는 뜻이다.

업계는 입찰 성공 여부의 최대 관건은 가격에 달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10여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 중이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계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입찰 물량 대부분은 프리미엄급 E-GMP 기반 전기차에 적용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2차 입찰 물량은 보급형에 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E-GMP에 적용할 1차 물량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에서 단독으로 받기로 했다. 1차 입찰은 2차와 달리 프리미엄급에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를 대상으로 했다. 약 50만대 규모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원 수준이다.

프리미엄급 E-GMP의 첫 전기차 충전시스템은 800V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최고의 전기차 제조업체로 평가받는 미국 테슬라도 480V 수준에 불과하다. V가 높으면 전기모터 등 고성능 전장제품 적용, 급속충전 등에 유리하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이 공격적인 ‘이원화 전략’으로 다량의 전기차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는 같은 기간 14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던 2017년 12월 발표보다 64.2%나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톱3’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2025년까지 적어도 80만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 목표보다 적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56만대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아차를 포함한 그룹 기준으로는 전기차 판매 85만대, 점유율 10% 이상이 목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 등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가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E-GMP를 통해 주행거리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최적의 성능을 확보할 것”이라며 “다만 1차, 2차 물량을 프리미엄과 보급형으로 딱 자르기 어렵고, 입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로닉'. [사진=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