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3년 만 '제1 노총', 한국노총 제쳐...노동계 입김 더 커질 듯

2019-12-25 12:43
민주노총 조합원 96만여명, 한국노총 첫 추월...사회적대화 복귀 지적도
노조 조직률 11.8%…대기업 편중 현상 여전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사상 처음 한국노총을 넘어섰다. 노동계가 세몰이에 나서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인건비 상승 등 경영난에 노동계 세력 부담까지 커진 산업계는 내년에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직이 확대된 만큼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0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991명)보다 3만5044명 많았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을 넘어선 것은 정부 공식 집계상 처음이다. 1995년 민주노총 창립 이후 23년 만에 '제1 노총'에 오른 것이다. 양대 노총 구도인 국내 노동계에서는 규모가 큰 쪽을 제1 노총으로 불러 대표성을 부여한다.
 

2018년 상급단체별 조직현황.[자료=고용노동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2016년까지만 해도 70만명에 못 미쳤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1만1000명으로 증가했고, 1년 만에 96만8000명으로 36.1% 급증했다.

민주노총은 "보수 정권 시절 탄압받던 노동자들이 '촛불 혁명'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노총에 가입한 결과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친노동 정책도 민주노총의 조직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조직화한 비정규직이 대거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법외 노조로 있던 약 9만명 규모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작년 3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면서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조로 인정된 것도 민주노총 조합원 수 증가에 기여했다. 법외 노조는 정부 공식 집계에서 제외된다.

양대 노총 중에서도 제1 노총은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갖게 된다.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의 경우 한국노총 추천 인사가 민주노총보다 조금 많다.

민주노총의 제1 노총 등극은 정부 기구 구성 방식보다는 사회적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노총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빠져 있다.

노동계의 무게 중심이 민주노총으로 옮겨지면 경사노위가 내놓는 사회적 합의의 무게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에 복귀해 노동자 권익 향상 등 노동계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대 노총의 조직 확대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노동계가 경쟁적으로 세몰이에 나서면서 노정 관계도 노동계 중심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산업계가 노조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기 힘들어지고, 신규 채용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말 기준으로 양대 노총과 상급 단체 없는 노조 등을 아우르는 전체 조합원은 233만1632명으로, 전년보다 24만3092명(11.6%) 증가했다.

전체 조합원 수를 노조 가입이 가능한 노동자 수로 나눈 노조 조직률은 11.8%였다. 이는 2000년(1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조 조직률은 공공 부문(68.4%)이 민간 부문(9.7%)보다 훨씬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노조 조직률이 50.6%였으나 100∼299인 사업장은 10.8%, 30∼99인 사업장은 2.2%,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했다. 노조 조직의 대기업 편중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 노조에 속한 조합원은 134만9371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57.9%였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 비율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민주노총의 초기업 노조 조합원 비율은 86.8%로, 한국노총(43.5%)의 두 배 수준이었다. 민주노총은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을 넘어 업종 단위로 교섭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조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