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시장이 침체에 가까운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최근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향후 행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뉴스통신사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부품 공장) 설립을 위해 중국건설은행과 중국농업은행 등 중국 주요 은행과 5년간 총 100억 위안(약 1조6612억원)의 대출 계약에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초 테슬라는 이미 이들 은행으로부터 1년 만기로 최대 35억 위안을 빌리는 대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대출 상환기간은 내년 3월 4일이다. 테슬라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이를 상환할 계획이다.

CNBC는 "신규대출의 금리는 기존 35억 달러의 대출과 같으며 1년 기준금리의 90% 수준에서 고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은행들이 최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다. 테슬라의 중국 사업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부채를 상환한 나머지 자금은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운전 자금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테슬라는 미·중 무역 마찰로 영향을 받는 여러 기업 중 하나다. 대다수 미국 기업들이 고율관세와 정치 리스크를 피해 중국이 아닌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중국에 적극 투자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중국 정부는 자국기업 전유물로 여겨왔던 차량 취득세 면제 리스트에 테슬라를 포함시키는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이 덕분일까. 테슬라는 중국 경기둔화 영향으로 전체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도 쾌속 질주하고 있다. 올 1~9월 중국 판매액이 23억18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4% 늘었다. 중국 토종업체에 유리한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테슬라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 1월부터 상하이 린강(臨港) 산업구에서 기가팩토리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준공에서 양산허가 취득까지 전 과정을 초고속으로 마무리했다. 이곳에서 연간 25만대를 우선 양산하고 향후 연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는 내년 제품 가격을 최소 20% 인하하겠다고 공표했다. 현지 부품·인력 비중을 확대해 생산 원가를 낮춰 제품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가격이 인하되면 테슬라의 중국 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장중 422.01달러까지 올랐고, 이후 소폭 하락해 전일대비 3.36% 오른 419.22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이 한때 750억 달러를 넘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