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건강보험 보장률 1.1%p 상승, 이유 따져보자
2019-12-24 07:50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다. 핵심은 당시 63% 수준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다른 하나는 취약 인구와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문재인 케어가 과연 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다. 의학적 측면에서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미용·성형·건강검진을 제외하고 치료에 관계된 필수 비급여 항목들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를 위해 2018년 한 해 동안 2조4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1.1% 포인트만 상승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그 많은 돈을 투입하고 겨우 이 정도의 상승이냐?” “쥐꼬리만큼 상승” 등의 비판이 나온다. 외형상으로 얼핏 살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외형만을 얼핏 봐선 안 된다. 실체의 전모를 제대로 봐야 한다.
일단 건보 보장률이 1.1% 포인트 상승한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비급여의 급여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진 것이다. 당초 정부의 추계상 2018년 문재인 케어로 추가 소요될 건강보험 재정은 약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 추가로 투입된 재정은 2조4000억원에 그쳤다. 계획된 재정의 65%만 투입됐던 것이다.
둘째, 비급여의 크기가 많이 늘었다. 문재인 케어의 정책적 핵심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인데, 문제는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기거나 기존의 비급여 이용이 급여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장되면 건보 보장성은 높아지기 어렵다. 비급여 지출이 변치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산술적으로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경우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1% 포인트 정도 개선된다. 그런데 2018년 MRI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등 문재인 케어로 인해 지출한 재정은 2조4000억원 정도이므로 보장률은 2.4% 정도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보장성은 1.1% 포인트만 늘어났다. 이는 비급여 진료의 크기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케어의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중증·고액 질환을 중심으로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의미 있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성적은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쉽지 않은 도전 과제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비급여 의료를 중심으로 자원의 낭비가 광범위하며,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장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요인이다.
결국 이해당사자들 간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비용을 부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 공적 지불자로 국민의 대리인인 국민건강보험, 의료비 본인부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해 도덕적 해이와 의료자원 낭비를 야기하는 실손의료보험, 그리고 정부 모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