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건설공사비 상승, 근본적인 대안 찾아야 할 때

2024-11-14 06:00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얼마 전 서울시가 발주한 경전철 위례신사선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강남권인 방배동, 잠원동, 개포동, 방이동 등 주요 지역 재건축 사업들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 건설공사까지 다수 건설공사에서 공사비 관련 분쟁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들도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업들이 유찰되는 것은 최근 급등한 공사비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 2020년 연간 평균을 100이라고 봤을 때 2022년 123.81까지 올랐고, 2024년 8월에는 129.71로 치솟은 데 이어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건설기업들이 체감하는 공사비 상승 폭은 50%를 넘는다. 이러한 공사비 상승은 시멘트, 레미콘 등 주요 건설자재 비용 급등과 건설현장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공사비 급등은 건설 경기 전반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10월 자재비, 인건비 그리고 공공조달 등 '건설공사비 3대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고, 구체적인 대안을 연내에 발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탄식도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은 반길 만하다. 하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소요 시간과 인건비 상승 등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건설공사의 공사비 검증 기준이나 공사비 산정체계의 근본적인 개선, 그리고 공공 발주기관들의 공사비 산정에 있어 불공정한 관행들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최근 급증하는 공사비 분쟁에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분쟁 해결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건설공사의 공사비 상승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은 원자재 가격 등 외적인 요소의 영향 최소화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의 생산성은 저하되는 가운데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젊은 층은 건설현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기술인력 및 기능인력의 고령화는 심각할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건설 생산성은 계속 하락하고 고령화 속에 인건비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건설 생산성 저하와 인력의 양적·질적 부족 문제는 향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건설현장의 생산성 저하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있어 인공지능(AI), 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이 오래전부터 대안으로 제시됐고, 젊은 층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의 수립과 이행도 계속 추진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스마트 건설기술의 조기 정착과 실효성 있는 청년층 유입책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부와 건설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트롤타워 구축과 협력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공사비 상승과 연관된 불합리한 규제들에 대한 과감한 개선도 필요하다. 건설산업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과도하게 늘어났던 각종 건설 관련 규제들은 건설사업의 효율성을 저하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물론 건설산업의 질적 성장에 있어 합리적인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동안 양산된 규제들의 정책적 목표와 취지, 성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건설사업의 비효율성을 높이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폐지할 필요가 있다.

건설공사의 공사비 상승 문제는 단순히 건설기업이나 시설물을 수요로 하는 발주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경제적인 필요와 삶의 질과 직결된 시설물의 적기 공급과 필요한 시설물의 기능과 품질의 확보는 국민 경제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