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사각지대에 놓인 주식예탁증서 투자자

2024-11-04 18:07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외국 회사는 국내 주식시장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할 수 있다. DR은 상이한 언어와 법률, 관습 등에 따른 불편을 제거하고, 외국투자자도 그 나라 주식과 마찬가지로 거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식대용증권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국내에서 해외 주식 발행회사를 대신하여 DR을 발행하고, DR 소유자를 위해 원주로의 교환 등 권리행사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행한 DR은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자등록 되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거래된다. 이때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취득하는 것은 주권이 아니라 DR이다. 실질적으로는 주권과 마찬가지 역할을 해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관계를 정하고 있는 것은 우리 상법이 아니라 발행회사 소재지 국가의 법과 한국예탁결제원, 발행회사, DR 소유자 사이에 체결되는 예탁계약, ‘증권예탁증권의발행등에관한규정’ 등이다. DR은 주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주권은 아니므로 DR 소유자는 주주가 아니다. 그래서 그 소유자 지위에서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DR 소유자는 증권예탁규정 및 예탁계약에 따라 DR 소유 수량에 비례하는 의결권과 배당금 수령권, 잔여재산분배권, 신주인수권 등의 자익권(自益權)만 행사할 수 있을 뿐, 주주제안권이나 회계장부열람권 등 발행회사 경영에 관련된 공익권(共益權)은 행사할 수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예탁계약은 DR 소유자가 발행회사 설립지의 법에 따라 공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여 신청하면, 한국예탁결제원이 그 공익권 행사에 필요한 위임장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격 증명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고, 한국예탁결제원은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DR 소유자가 스스로 조사를 해서 한국예탁결제원에 입증을 해야 한다.

소유자가 발행회사에 대해 직접 공익권을 행사하려면 소유하고 있는 DR을 주권으로 전환 받아서 주주가 되어야 한다. DR을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유자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원주전환을 신청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행회사에 원주전환을 지시한다. 그런데, 원주전환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이를 신청한 DR 소유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발행회사 소재지 국가, 명의개서대리인에 따라서는 천정부지의 법률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렇다.

DR 소유자들을 규합하여 발행회사에 집단적으로 권리행사를 하려면 그 명단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주주명부에는 한국예탁결제원만 기재되고 DR 소유자는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작성하는 ‘소유자 명부’에는 소유자의 명칭과 주소 등 정보가 기재되어 있지만, DR 보유자가 그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는 법령상 근거가 명확히 되어 있지 않다.

원주로 전환되어 주주가 되더라도, 발행회사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서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만 국제 재판관할의 문제로 인해 해당 국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재무상태 등 발행회사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회계장부 열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만, DR 소유자가 이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공시로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증권신고서 등에는 그러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그 사정을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려가 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한국 회사이지만 본사를 해외에 두고 국내에는 DR을 상장시키는 경우에도 사정이 같다는 점이다. DR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자본 조달의 편익은 누리면서도 투자자들의 주주 권리행사는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회사인 A회사에서 최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DR의 주권 전환절차, 그 소유자의 주주 권리 행사에 관한 제도를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