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금호의 각별한 인연…故 김우중 빈소 이튿날 첫 조문객은 박찬구 회장

2019-12-11 12:1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가 1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재계의 큰 인물이었다.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김 전 회장 장례 이틀째인 11일 오전 첫 조문객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박찬구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임원진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15분가량 머물렀다. 조문 직후 박찬구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과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형님인 고(故) 박정구 회장과 사돈이라 인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구 회장의 장녀 박은형씨는 김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혼약을 맺은 사이다.

이밖에도 김 전 회장 생전 대우와 금호아시아나 양 그룹은 사업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대우 사태' 이후 장기간의 해외 생활을 마친 김 전 회장이 2005년 귀국할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것도 유명한 사례다.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편안하게 잘 모셔오라"고 각별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을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장치혁 전 고합 회장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최 회장은 "재계 1세대 기업인자 큰 어른으로서,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 정신을 심어주셨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계에서도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수 전 국무총리, 오명 전 부총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은 기업 활동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에도 큰 노력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인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정 전 장관은 "대우의 경우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대기업 차원에서 시작한 첫번째 케이스"라며 "내가 원광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남북 협력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고인께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도 늦은 시간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고인과 생전 깊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병헌씨와 송승헌씨가 오후 10시경까지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전날 4000~5000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500~1000명가량이 조문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장례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 입관 절차가 진행됐다. 입관이 끝난 직후 김 전 회장의 장녀인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오열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후에는 종교식 장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원불교와 개신교, 불교 방식으로 각각 진행된다. 김 전 회장의 폭넓은 교류를 반영했다는 게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 설명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1980년대 원불교에서 주산(宙山)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의 모친 전인항 여사가 다니던 정동교회에 '인항홀'을 세운 계기로 개신교와도 관계를 맺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법련사도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김 전 회장은 1995년 장남 김선재씨가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거액의 불사금을 냈다. 이를 통해 세워진 것이 법련사다.

발인은 이튿날인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천주교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