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 공 들이는 中…홍콩 견제·일국양제 강조

2019-12-02 14:29
친중 내각 구성, 반환 20주년 기념행사
홍콩 반중 정서 폭발 따른 위기감 반영
시진핑, 이달 말 직접 마카오 방문할듯

중국이 임명한 마카오 5기 행정부의 황샤오쩌 보안사장(왼쪽부터)과 예쉰성 검찰장, 량원창 경찰총국장.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이 홍콩 건너편 마카오에 친중 내각을 꾸리고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반중 정서가 극에 달한 홍콩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 중심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마카오 특별행정구 기본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5기 마카오 정부의 주요 관료를 임명했다.

지난 8월 호얏셍(賀一誠·허이청) 전 입법회 주석이 5대 마카오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친중파로 분류되는 호얏셍 장관의 지명을 거쳐 친중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다.

특히 사법·보안·경찰 등 공권력을 장악하는 데 공을 들인 모양새다. 홍콩의 반중 시위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법무사(司·국) 사장에는 염정공서(廉政公署·고위 공무원 수사기관)를 맡고 있던 장융춘(張永春)이 발탁됐다.

황샤오쩌(黃少澤) 보안사 사장과 예쉰성(葉迅生) 검찰원 검찰장은 2014년에 이어 연임에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본토에서 법대를 졸업한 뒤 견습판사 등을 지낸 친중파 인사다.

경찰총국 국장이 된 량원창(梁文昌)은 특수경찰 부대 내 폭동 진압 대장 등을 역임한 강경파로 꼽힌다.

중국은 마카오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대대적으로 연다.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는 지난 1999년 12월 20일 중국에 공식 반환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판공청 대변인은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카오 특별행정구 기본법 시행 2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국가 지도자와 유관 부처 책임자, 마카오 행정장관 및 주요 관료, 광둥성 인민정부 책임자, 마카오기본법위원회 위원, 기본법 전문가 등이 참석한다"고 소개했다.

최고위급으로는 홍콩과 마카오 업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카오에 친중파 내각을 구성하고, 중국 반환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 건 다분히 홍콩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홍콩에서는 반중 시위가 6개월째 지속되고 최근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반중파가 압승하는 등 중국 중앙정부가 위기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마카오의 주력 산업인 카지노 매출도 홍콩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11월 카지노 매출은 229억7700만 파타카(약 3조3400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8.5%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국양제 원칙 수호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이달 하순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인 반환 20주년 기념 행사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과 달리 마카오는 원래 친중 색채가 강했다"면서도 "최근 마카오에 공을 들이는 건 홍콩을 견제하고 중국 중심의 일국양제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