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홍콩 시위...흉기난동에 6명 부상

2019-11-04 07:22
격렬해진 홍콩 시위..."200명 넘게 체포되고 50여명 다쳐"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할 뜻을 밝힌 가운데 홍콩에선 민주화 등을 요구하는 주말 시위가 22주째 이어졌다. 3일엔 친중파와 반중파가 크게 충돌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내부 갈등도 극에 치달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표준어를 쓰는 한 남성이 홍콩은 중국땅"이라고 외치면서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홍콩 시민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일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성난 군중들에게 폭행당했고, 용의자를 보호하려던 다른 남성도 부상을 당했다.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한 경찰이 현재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SCMP가 밝혔다.

홍콩 보건당국은 이번 흉기 사건으로 모두 6명이 부상당했다며, 용의자를 포함,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홍콩 경찰당국은 부상자 6명 중 3명을 구속했다.

홍콩 구의원인 앤드루 치우도 이번 사건에 연루돼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치우 의원은 용의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왼쪽 귀를 심하게 물렸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귀 봉합 수술을 받고 있다고 홍콩 당국이 설명했다. 

전날에도 수천 명의 홍콩 시민이 '복면 금지법' 시행과 경찰의 집회 불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해 시위대 200여명이 불법 시위 등 혐의로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부상자는 54명으로, 한 남성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홍콩 사무소가 이날 홍콩 시위대 공격을 받았다.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중국계 기업이 여러 차례 시위대의 타깃이 됐지만 신화통신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위대가 신화통신을 공격한 것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할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마치고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홍콩 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은 해당 조치가 온라인 언론 통제 등을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3일 오후 7시께 홍콩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표준어를 구사하는 한 남성이 정치적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홍콩 시민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사진은 용의자를 저지하다 부상당한 홍콩 구의원 앤드루 치우. [사진=홍콩 명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