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먹구름...통화부양 한계에 재정부양으로 넘어가나

2019-10-27 17:16
세계 경제 동반 둔화 계속..."침체 못 피할 수도"
통화부양 실탄 떨어지면서 재정부양 필요성↑

최근 세계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데 반기를 들 사람은 별로 없다. 시장의 화두는 비틀거리는 세계 경제가 결국 침체라는 구덩이에 빠질 것이냐다.

전망은 점점 비관론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의 동반 둔화세가 멈추지 않는 데다 홀로 순항하던 미국 경제마저 온기가 식어가는 기운이 역력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물결에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 하강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통화부양책의 대안으로 재정부양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나서서 경기부양을 주도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에만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두 차례나 하향 조정하면서 3%로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IMF는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IMF는 연간 성장률이 2.5% 아래로 내려갈 때를 침체로 정의하기 때문에 당장 침체 위험은 낮다는 평가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결국엔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나홀로 순항을 이어가던 미국도 성장세가 꺾인 지 오래다.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측했다. 올해 1분기 3.1%에서 2분기 2.0%까지 낮아지더니 3분기에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도 3분기 성장률이 6.0%로 27년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치면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5%대다.

유로존에선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독일이 2분기(-0.1%)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기술적 침체에 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각국이 이미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부양 '실탄'을 상당 부분 소진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의 막대한 통화부양책이 수년째 이어졌지만 세계는 여전히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경기침체 때 중앙은행들이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5%포인트가량 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중앙은행들이 손을 쓸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고 ECB(유럽중앙은행)는 제로금리에, BOJ(일본은행)는 마이너스 금리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보다 자산가격을 부풀리고 부채를 늘리는 역효과가 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 기조가 전 세계로 번지는 동안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2009년 '대침체' 충격의 절반 수준인 성장둔화만 닥쳐도 주요 경제권 비금융 기업들이 갚지 못할 부채가 19조 달러, 전체의 40%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다.

또 저금리가 금융자산 가격을 띄워올리면서 주식과 채권이 고평가됐다며, 급격한 조정이 닥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시장 왜곡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수익률)가 마이너스인 채권 물량이 15조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의 사례는 통화부양책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초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 터널에 진입한 이후 30년간 제로금리,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실험적인 통화부양책을 총동원했지만, 여전히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저인플레이션, 저금리, 고부채 등 선진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악재들을 일본화(Japanification)의 전조로 본다. 그러면서 성장과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돈을 푸는 재정부양책을 구조개혁, 기술혁신과 함께 통화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신임 총재가 최근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이 가진 실탄이 적기 때문에 정책적 실수의 여지가 거의 없다"며 재정부양책을 지지한 이유다. 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재정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통화부양책의 혜택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분배되지 않아 소득 불균형만 심해지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소득 불균형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특단의 대책으로 거론되는 게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집행이다.

그러나 재정부양책을 바라보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재정부양이 재정적자를 늘려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국가신용등급 추락 등으로 이어져 되레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재정부양이 또 다른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