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제약, 라니티딘 회수비용 입장차…갈등 발생할까

2019-10-08 09:17
약사회 “판매가격 환불 정당한 요구”
제약업계 “수수료식 추가 금액 요구 납득하기 힘들어”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진열된 '잔탁' 모습.[사진=연합뉴스]


라니티딘제제 의약품 회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산 기준을 두고 약국과 제약사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라니티딘제제 일반의약품이 약국 판매가격으로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반면, 일부 제약사는 제품 폐기 상황에서 사입가(도매가격)가 아닌 판매가로 정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대업 약사회장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라니티딘 일반약 환불조치와 관련 판매가 보상을 거부하는 제약사가 있다. 제약사 명단을 올리길 바란다. (판매가 정산 거부가) 절대 안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우선 약사회는 라니티딘제제를 공급하고 있는 133개 제약사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소비자가 복용 중이던 일반의약품을 환불하는 경우, 약국에서 실제 판매가격으로 환불해 주고 있는 만큼 제약사 정산도 판매가격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약사회 측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약사들은 손님들의 교환 환불 문의에 응대하는 한편, 기존에 구비해둔 약품들을 반품 처리하며 대응 중이다”라면서 “예를 들어 라니티딘제제를 70원에 사들여 90원에 팔았다. 환자한테는 90원을 돌려줘야 하고, 그동안 그 제품을 보관하고 관리하고 파는데 직간접적인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부분과 반품 대응 등의 비용을 제약사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제약사는 약국에 납품한 가격대로 정산해주는 것이 맞지만, 이 같은 경우에는 약국이 부담하는 직간접적인 비용을 수수료 개념으로 고려해 소비자 가격으로 정산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제약업계에선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 판매중단 조치로 제약사 역시 큰 손실을 입는 상황에서 수수료식의 추가 금액 요구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에만 부담이 가중되는 요청”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판매중단 조치로 라니티딘 성분 원료 의약품을 제조‧유통 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80여개사가 라니티딘 오리지널 의약품인 잔탁 복제약을 판매 중이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라니티딘 성분 전체 처방량은 1억3075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제약협회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약품 공급계약 문제에 대해선 당사자 간의 계약 관계라 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회원사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다면 대응할 예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