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유엔총회 연설서 “대북제재 완화해야”

2019-09-28 11:09
"단계적인 신뢰 회복으로 북미대화 촉구"
美의 무역전쟁 비판…"대공황의 교훈 잊어서는 안돼"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간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 촉진을 위해선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국무위원은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은 병행적으로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모든 당사국의 우려를 수용하고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평화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미국이 중간 과정에서 북한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선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존 중국의 입장도 재확인 됐다. 왕 국무위원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발전을 고려해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의 완화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왕 국무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간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전 세계를 경기침체로 몰아놓을 수 있다”며 “무역장벽을 쌓는 것으로는 전세계적인 어려움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관세와 무역전쟁 도발은 전세계 산업 공급망을 흔들고, 다자무역체제 기반과 전세계 무역 질서를 흔든다”며 “대공황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제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불성실한 태도와 불평등, 무원칙에 대해서는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국은 자신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중국은 5천년 문명의 14억 인구와 광활한 영토를 가진 국가"라며 "중국은 위협과 압력에 겁먹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것과 관련해서 왕 국무위원은 "INF는 글로벌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