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AEA같은 국제AI기구 필요…유엔기구 없는 한국 유치를"

2024-10-25 12:00
AI가 노벨화학상·물리학상 석권…인공지능 기술 급속도로 발전 중
제대로 된 AI법 없으면 인류 재앙…AI로 살인 일어나는 세상 올수도
개발 단계부터 가이드라인 필요
아시아엔 아직 유엔산하기구 없어…직원·예산 규모 커
IAIA 아직 타당성 조사도 안해…한국, 주도적으로 준비시작해야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이 지난 21일 아주TV '임규진의 CEO 인사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 [사진=아주TV]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산업·경제는 물론이고 어느새 우리 일상생활까지 변화시키면서 'AI 공존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AI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활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리함 등 여러 장점이 있는 반면 AI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과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AI에 대비해 유엔에서 전 국가 차원에서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AI기구(IAIA)를 유엔의 한 독립기관으로 한국에서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교수는 지난 21일 아주TV '임규진의 CEO 인사이트' 인터뷰를 통해 "AI를 규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이 생기지 않는다면 AI는 인류에 행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영숙 대표는 "현재까지 아시아에는 유엔 기구가 설립돼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에 IAIA를 유치해 한국의 5000년 먹거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사진=아주TV]

-이번 달 서울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 의장단 회의에서 AI 거버넌스 논의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박영숙 대표 : 강인공지능(AGI), 오픈AI 등 AI를 중점으로 매번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AI 법 등이 없다. AI의 거버넌스를 의장단에서 강력하게 주장해 유엔에서 신경 쓰도록 해야 한다.

구윤철 교수 : 지금 AI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슈가 국가별로 논의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통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없다. 미래에 착한 AI만 있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앞으로 능력이 뛰어난 AI를 잘못 활용하면, 즉 나쁜 AI가 생기면 AI는 인류에게 행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리하고, 제작 단계부터 나쁜 AI가 생겨나지 않게 해야 한다. 특히 무빙하는(움직이는) AI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등록하도록 해서 AI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숫자가 많은지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 유엔에서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유엔 차원에서 범국가적인 거버넌스를 마련할 수 있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AI가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거버넌스가 갖는 역할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구 교수 : AI가 글로벌 측면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최근에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AI 전문가들은 물리학을 전공한 분도 아니고 화학을 전공한 분도 아니다. 그렇지만 AI를 활용해서 물리학 연구에 획기적으로 속도와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고, 노벨 화학상도 그 모델을 AI가 해서 기간에 비해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오고 있고 노벨상에 기여하는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규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딥페이크, 그리고 더 나아가 전쟁에서 쓰이는 AI 드론 등이다. 나중에는 AI를 이용해 살인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이래서 AI가 인간하고 상생할 수 있게 하는 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건데,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유엔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라별로 AI가 어느 소재로 어떤 역할을 하고, 이 AI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다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IA기구(IAIA)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박 대표 : 제롬 글렌 미래학자 겸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이 4년 전부터 유엔 이하 IAIA 아이디어를 내며, IAEA와 같은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에서 글로벌 표준을 개발하고, 윤리적인 AI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국제 협력이 촉진돼야 한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위험을 관리·규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IAEA와 유사한 IAIA 설립이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AI의 신흥 위험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에 따라 이 기구를 통해 AI가 어떤 형태로 제재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IAEA와 IAIA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구 교수 : 국제적인 핵 이용에 관한 모든 규제를 유엔 차원에서 할 때는 1957년 설립된 IAEA가 담당한다. 사실 핵보다도 전 인류에게 훨씬 영향이 큰, 그리고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에서 영향이 큰 AI를 어떻게 국제적인 차원에서 잘 관리할 것인지를 담당할 기구가 현재는 없다. 그래서 IAEA에 대응하는 그런 기구로 이름을 인터네셔널(International) AI 에이전시(Agency), 그래서 IAEA에 대응하는 IAIA라는 가칭으로 명칭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모든 생활에 AI가 들어오기 때문에 IAIA는 IAEA보다 훨씬, 좀 과다하게 표현한다면 몇백 배 더 중요한 기구이고, 역할도 훨씬 크다.

박 대표 : 현재 IAEA에서 연간 거의 1조원에서 800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여러 전문가가 IAIA는 IAEA보다 50배로 더 클 것으로 예상하는데, 만약 이게 한국에 세워진다면 직원이 2000명에서 2만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될 것이고 예산은 지금 1조원 가까이 되는데 50조원이 될 수도 있다. 그 엄청난 미래의 먹거리가 우리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이고, 특히 AI에 관한 모든 연구 또는 기술 개발을 한국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국가가 한국이 한 5000년은 먹고살 수 있게 해 줄 먹거리라고 보고 있다.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 [사진=아주TV]

-IAIA가 한국에 설립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박 대표 : 유엔의 기구들이 유럽에는 많은데, 아시아에는 지금 기구가 없다. 아시아가 '라이징 스타'라고 그러지 않나? 인구가 제일 많고 경제, 생산성도 가장 높은 상황에서 이제는 AI에 대한 기구가 마지막 기구가 될 것 같다. 유엔에서 마지막 기구는 아시아에서도 한국으로 가져와야 된다. 한국은 정보기술(IT)도 발달돼 있고, AI 연구진도 많다. 특히 중동에 비해서도 더 많다. 이러한 장점들을 봤을 때 한국에 설립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구 교수 : 한국이 가능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유엔본부가 사업본부까지 있는데, 주로 아프리카, 유럽, 미주 대륙에만 있고 아시아에는 없다. 이제 아시아에 올 수 있는 찬스다. 중국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강력하게 유치하려고 할 테지만 우리나라만큼 IT 인프라가 발달돼 있지 않다. 그나마 경쟁자로 생각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인데, 인도도 우리나라처럼 IT 인프라가 보편적으로 깔려 있지 않다. 또 한국은 땅은 작지만 5G를 벌써 상용화했다. 앞으로 AI시대에는 휴머노이드 AI가 대세가 될 건데, 휴머노이드 AI를 만들 수 있는 제조 기반 인프라 소재 등이 잘 구축돼 있다. 한국에 유치하든, 어디에 유치하든 일단 타당성 조사를 해야 되는데, 아마 타당성 조사할 때 이런 한국의 강점이 골고루 검토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설립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 IAIA를 유치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절차는.

박 대표 : 작년부터 준비를 해서 AI 전문가 등을 통해 타당성 조사를 가안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이 AI 개발을 할 때 정부나 여러 군데에서 지원을 많이 하고, 문화적·사회적으로 호환이 잘된다는 점 등을 다 집어넣어서 100장 정도 되는 타당성 조사 가본을 이미 썼다. 또 글렌 박사는 IAIA 필요성에 대해 3편을 썼고, 설립되고 나면 IAIA의 어떤 점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이 정리된 보고서 서너 편이 나와 있다. 이번에 글렌 박사가 한국에 오는데, 아직 우리한테 한국을 100% 지원해 주겠다는 말은 없었다. 중립적이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우리를 지원하고 있다.

구 교수 : 그동안 우리가 AI 카피라이트(copyright)를 인정하는 IAC AI라는 것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했다. 멤버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AI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IAC AI, 즉 지식재산권 기구에 유럽이라든지 또 다른 나라를 합류시키면 한국에서 시작했으니 기타 AI 관련 규제 기구, 지능 기구 등을 한국에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IAIA 조직 구조라든가 운영 방안은 나왔는지.

구 교수 : 아직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서 현재로서는 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유엔의 AI 본부가 필요한데, 만약 IAIA가 아시아 쪽에 온다면 '어느 나라가 가장 준비가 잘돼 있나' '준비가 잘된 나라로 가자'는 방향에서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충분히 그 귀결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박 대표 : IAIA 초기 사무총장을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전 국무총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AI 안전 보안부의 시큐리티(security) AI를 반드시 집어넣어야 한다. 특히 국제 협력이 너무나 중요하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전부 제멋대로 나가면 안 되니까 우리하고 같이 협력하자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 기술 지원도 정말 중요하다. 아울러 연구개발부와 같은 부처도 여러 개 만들었으면 한다. 

-IAIA를 한국에 유치하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대기업, 언론 등에서도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구 교수 :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야 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 민간, 언론, 국민들이 뭉쳐서 최대한 자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유엔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려면 청사도 줘야 되고, 일정 부분 초기 설립 비용, 국가의 지원 또 민간의 어떤 기부 등을 해야 한다. 나중에는 유엔이 각국에서 분담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그런 체계로 간다면 진짜 한국의 어떤 비전, 세계의 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박 대표 : 올림픽, 월드컵 등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한번 한국에 들어오면 없어지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시스템 운영, 타당성 조사 등 때문에 우리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각 나라에서 예산이 들어오니까 큰 걱정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