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위원회' 구성원에 시민단체는 제외..."소비자 목소리 반영 어렵다"

2024-12-23 17:01

국가 AI위원회 부위원장인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국가 AI 전략’ 세션에서 발표하는 모습[사진=SK텔레콤]

인공지능(AI) 기본법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짙어진 가운데, AI 기본법을 이끌어갈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위원들이 학계, 기업인들 위주로 구성된 상황에서 AI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의견 반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은 30명 전원이 학계나 기업인으로 구성됐다.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 등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위원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AI 정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지난 9월 26일 출범했다. 지금은 임시단체지만 법사위를 통과한 AI기본법이 연내 제정되면 현재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위원회는 법정 기구로 승격화된다.
 
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회 출범 당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적으로 민관이 협력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만큼, AI의 구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년 단위로 수립하기로 한 '인공지능 기본계획'도 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립된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에 대한 비판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기업의 활동에 더 방점을 두는 정부가 들어섰을 때 시민 권리는 누가 대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라며 위원회 구성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SK하이닉스 대표이사, KT대표 등 국내 유수 대학과 기업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구성 단계에서 시민단체는 제안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임간사는 “법률 용어로는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쓴다”라며 “우리 모두가 ‘AI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되는데 현재 전문가라고 지칭되는 위원들이 그 의견을 골고루 반영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할루시네이션, 딥페이크 등 AI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부작용 문제는 전문가와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끼친다. 닥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례로 미국, 영국 등 해외 AI 위원회에는 시민단체나 기술 윤리 전문가가 있다. 미국 상무부가 2021년 발족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NAIAC)에는 학계, 산업계,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현재 위원회 운영 방식이 기술 개발과 산업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여지긴 한다”면서 “시민사회 윤리특별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얘기를 듣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9조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시민단체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있겠지만 입법 같은 큰 틀을 만드는 조직은 아니다”며 “위원회 업무는 큰 틀을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다른 채널을 통해서 듣겠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