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시민과 첫 공개대화...화해 여정 시작

2019-09-26 16:24
이번 주말·국경절 시위 예고...홍콩정부, 국경절 행사 축소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시작된 홍콩 주말 시위가 16주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사태 해결을 위해 시민들과 첫 대화에 나선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은 정부 각료들과 함께 이날 저녁 7시(현지시각) 완차이 지역의 퀸엘리자베스 경기장에서 시민 150명과 공개 대화를 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캐리 람 장관이 약속한 시민과의 대화 중 첫 번째 행사로, 이날 행사에는 시민 2만237명이 참여를 신청했으며, 참가자는 무작위로 선발됐다.

두 시간으로 예정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의 상징인 우산, 마스크, 헬멧 등을 소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행사장에는 경찰이 최소한으로 배치됐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행사장 인근에 3000여명의 경찰도 대기시킨 상태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는 이날 행사를 '정치적 쇼'라며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에서는 "이날 행사를 무산시키고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한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홍콩 샤틴 지역의 쇼핑몰인 뉴타운 플라자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훼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난 4일 람 장관은 국민들에게 전날 송환법 공식 철회를 포함해 △시민들의 불만을 듣고 해결책 모색을 위한 대화 기반 마련 △홍콩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대한 전폭적 지지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독립적 조사 등 네 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시위대는 그동안 홍콩 정부에 송환법 완전 철회, 홍콩 경찰 강경 진압 규탄,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 외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이 시위대의 5가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한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주말과 국경절에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홍콩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28일 저녁 7시 홍콩 정부청사 인근 타마르 공원에서 '우산 혁명' 5주년 기념 집회를 열 계획이다. '우산 혁명'은 홍콩 시민들이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 동안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한 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또 시위대는 오는 10월 1일 중국 건국일인 국경절에 '애도'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홍콩 행정부는 시위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경절 행사를 대폭 축소해서 열거나 아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