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물갈이설’은 나오는데 ‘86세대교체’ 는 금기어
2019-09-24 17:38
상향식 세대교체 없는 하향식 물갈이는 기득권 연장일 뿐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으로 민심 이반이 뚜렷한 데다 3선 이상 중진 '물갈이설' 등이 설왕설래되고 있는 탓이다.
이해찬 당 대표는 ‘소설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이번 계기에 중진 물갈이를 공론화해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을 보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인적 쇄신에 대한 이해찬 대표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대표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근거 없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86그룹을 겨냥하는 이들이 많다. ‘386세대’라는 별칭으로 불렸을 정도로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이런 의견이 분출되지는 않고 있다. 86그룹이 갖고 있는 당내 기득권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출마를 준비하는 40대 초반의 한 관계자는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의 사례를 지목했다. 이 전 위원은 2015년 7월 당시 ‘586 전상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배님들을 응원할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 그러는 새 우리 당의 대의원 평균 나이는 58세에 이르렀고, 이대로 가면 2년 후 전당대회를 환갑잔치로 치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잠재력이 있는 청년 정치인으로 키워나갈 만도 한데 당에서는 위원 자리 하나 챙겨주지 않았다. 혁신위원이 끝이었다”며 “물갈이를 공론화하는 게 가능한 구조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 물갈이는 결국 기득권의 연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김현성 상지대학교 교수는 “이 시대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세력들로 교체가 되는 게 진짜 교체가 아니냐”며 “그냥 사람들이 바뀌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논의 자체는 기존에 있던 의원이나 다선 의원들 대신 그 자리에 또 다른 패권을 앉히는 구조가 아니냐”며 “이 문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새로운 어떤 세력의 등장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