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시대, 돈 몰리는 한국 채권
2019-09-16 20:57
◆외국인 채권 보유액 1년 만에 12% 쑥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규모는 8월 말 기준 125조9030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2%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은 올해 2월부터 7개월째 매수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7월에는 한때 상환액이 순매수액을 웃돌았지만, 순투자로 돌아섰다.
국내 투자자도 마찬가지로 채권으로 눈을 돌렸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48조7811억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아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얼마 전 통화정책회의에서 역내 시중은행에 제시하는 예금금리를 -0.40%에서 -0.50%로 내렸다. 인하는 2016년 3월 이후 처음 이루어졌다. ECB는 나란히 정책금리 기능을 하는 기준금리(0.00%)와 한계대출금리(0.25%)만 동결했다.
나머지 주요 국가도 경쟁적으로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 주 연달아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한국은행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정책금리 인하 추세가 뚜렷해지면, 한은도 부담 없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0%대 금리 가능성 나와
10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이달 11일 기준 연 1.397%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인 독일과 프랑스, 일본 국채에 비해 우리 채권이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채권 규모는 7월 기준 13조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발행하는 국채 가운데 10%는 마이너스 금리다. 선진국뿐 아니라 폴란드나 헝가리도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국채 가운데 70%를 마이너스 금리로 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미 마이너스인 정책금리를 추가로 떨어뜨릴 거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일본 재무성이 이달 9일 실시한 6개월짜리 국고채 입찰에서 최고 낙찰금리는 -0.2643%를 기록했다. 한 달 전(-0.1873%)보다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금리에 바짝 다가설 것이라고 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 금리 하락세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기준금리를 0%대까지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우디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과 국내 물가 흐름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3년과 10년짜리 국고채 금리 저점을 각각 1.00%와 1.10%까지 낮추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고, 이는 다시 미국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실시하는 통화완화가 전 세계 주식시장을 부양하면서 국내 채권 금리를 반등시킬 수도 있다"며 "다만, 기업 실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금리 오름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