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노무현의 실패·문재인의 승부수 '檢개혁'…靑, 왜 전면에 나서나

2019-09-13 09:41
참여정부, 검찰 개혁 시즌 1 실패…檢 내부 자정능력 믿었던 盧
宋, 대검 중수부 폐지에 "내 목 쳐라" 반발…檢亂에 개혁 물거품
文정부, 참여정부와 달리 靑 주도 사법개혁…조국 밀어붙인 이유
개혁하려는 조국과 검찰주의 윤석열 기싸움…인사권 화약고 작용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승부처는 '사법 개혁'이다. 지난 한 달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조국 대전(大戰)'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종말'을 거론한 보수 야당의 반발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다. 그야말로 '기·승·전·정면돌파'다.

'참여정부의 학습효과'가 한몫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인사위원회의 외부 인사 참여를 비롯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구성, 재정신청 대상 범위 확대,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인정, 공안부 폐지 등이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검찰 개혁안이다.

◆檢 자정능력 믿었던 盧…檢亂에 속수무책

결과는 실패였다.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단행된 고검장 인사는 참여정부와 검찰 악연의 서막에 불과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여성이자, 비(非)검사 출신인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

검찰 내부는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이른바 '검란(檢亂)'이 정국을 뒤덮었다. 탈(脫)권위 상징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와 대화'를 시도하는 파격 행보를 펼쳤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중책을 맡은 법무부 장관이 검란으로 대표되는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의 자발적 개혁을 유도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성공은커녕 정국 혼란만 가중됐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이 나온 것도 검사와의 대화에서다. 대선자금 수사 등 돌발 변수로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마저 실패했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치라"고 반발했다. 문민 통제는커녕 무소불위 검찰 앞에 정치권력이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앞세워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패로 끝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시즌 1'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 업무현황 및 주요 현안 등을 청취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vs 윤석열…文정권 명운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찰총장추천위원회 중립성·독립성 확보 등을 대통령직 인수위 기능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한 달 만인 2017년 9월 공수처 설치·운영 법안이 얼개를 드러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그 중심에는 검찰 개혁의 명운을 건 청와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그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 맡기지 않고 법 제도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장관은 같은 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 실질화 등을 강조했다.

이 중 화약고는 단연 '인사권'이다. 지난 7월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 발령에 따라 대전·대구·광주고검장 등 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윤석열호(號) 검찰 이후 특수부가 요직을 꿰찼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장관은 '특수부 힘 빼기'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특수부를 둘러싼 석·국(윤석열·조국) 열차의 힘겨루기는 검사 정기인사가 예정된 내년 2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과 직결한 21대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기다. 이 기간 당·청과 야권, 진보와 보수 간의 진영 논리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