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노란 창틀로 바라본 푸른 점
2019-09-10 15:35
초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상징 깃발은 2대 협회장의 딸이 제작한 것으로, 바다, 대지, 하늘을 상징했다. 초기 잡지의 표지에는 월계수 잎과 도토리나무가 표지의 바깥쪽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친숙한 삽화 월간지라는 개념은 1896년에 시작되어 사진 중심의 잡지들이 매월 발간되었고, 이 영향으로 협회 회원 수가 급증했다. 1930년을 기점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특유의 디자인 요소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나사(NASA)에 사진 기술을 지원하여 머큐리 계획, 제미니 계획, 아폴로 계획에 도움을 주었고, 1967년에는 판 구조론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실어 해당 이론을 대중화시켰다. 77년에는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독특한 바다 생태계인 열수분출공(뜨거운 물이 지하로부터 솟아 나오는 구멍)을 발견했다. 당시 과학자들에게 이러한 특수한 서식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또, 닐 암스트롱에게 내셔널지오그래픽 깃발을 주어 달 탐사 때 가져가게 하는 등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다방면에 사진 기술 지원과 잡지 기고문을 통해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한 사진들이 많이 알려졌는데, 그 예로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 사진, 물속에서 코끼리와 우정을 나누는 인도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 프라강변에서 불법적으로 금속 수은을 캐내는 사람들의 사진 등이 있다.
'자연의 숭고함' 섹션의 한 사진은 새의 비행경로를 나타낸 것으로, 나선형 곡선 모양으로 움직이는 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사진의 사진작가는 이런 모습은 우리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카메라에만 담을 수 있는 자연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감탄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환경과 동물들의 사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판적 작품들도 있었다. '불편한 진실' 섹션의 목표는 인간이 자연에 준 피해가 결국은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전시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 사진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스발바르 세계 종자 저장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노르웨이 연안 북극 스피츠베르겐섬에 위치한다. 이 저장고에는 22억 5000만 개의 종자를 보관할 수 있다. 지구 멸망이 닥쳐도 종자를 보존하고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종자 저장고가 위치한 지역의 기온이 점차 올라가고 있어 위기 상황이다. 스스로 세운 대비책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어쩌면 이 사진전의 기획 의도는 바로 이런 것인 듯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미지에 사람들이 경탄하는 걸 넘어서, 사진에 담긴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 아닐까.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2기 맹호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