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DJ, 강대국 '힘의 균형' 활용하려 해...상상력 풍부한 현실주의자"

2019-09-10 15:03
10일 민화협·연세대 주최 '김대중, 빌리브란트, 넬슨 만델라' 국제심포지엄서 기조강연
"주변 국가 지원 없이 남북 평화협정 불가능하다고 인식...평화 위해 열강 관리 중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상력이 풍부한 현실주의자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0일 고(故) 김 전 대통령의 국제적 감각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언급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빌리 브란트, 넬슨 만델라: 화해, 연대 그리고 평화의 정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의 '힘의 논리'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냉전 분위기 속에서 이들 '힘의 균형'을 한반도에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화협-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2019 민족화해 국제심포지엄'에 참석,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특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 과정에서 이미 미·중·일·러 4개국에 의한 남북한 상호 인정을 제안했다. 주변 국가가 지원하지 않으면 남북 평화협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강대국의 힘을 활용해 그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것에 대해 "풍부한 상상력"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또한 김 전 대통령이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비료 등 인도지원에 중점을 뒀다며 "북한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것도 인권 증진이라고 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회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외부에서 이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한이 외부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돕고, 민주주의는 북한이 내부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문 특보는 김 전 대통령 취임 시절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외교 분야 자문역으로서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