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장관 "선택할 수 있다면 그만두고 싶다"

2019-09-03 08:39
로이터통신 보도...캐리람, 경제계 인사 나눈 비공개회동 녹음 입수
캐리 람 장관 "자진 사퇴 포함한 모든 결정 사안 '선택권' 없어"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사퇴다. 사퇴한 후 사과하고 싶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주 경제계 인사들과 나눈 비공개회동 녹음을 입수했다며 람 장관이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람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홍콩 사태가 주권과 안보라는 국가적 수준의 문제가 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람 장관이 자진 사퇴를 포함한 모든 결정 사안에 대해서 자신이 '선택권'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당국이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주장하며 시작된 홍콩 시위는 3개월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2주 전 홍콩 주말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또다시 폭력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시위대는 공항 점거를 재차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충돌 과정에서 공항 외부 유리창 일부가 손상되고,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2일엔 신학기 개학을 맞은 중고등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벌이는 동맹휴학과 21개 업종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또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도 이틀간 총파업을 통해 시위에 참여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신화통신]

람 장관은 향후 전망에 대해 "홍콩 정부는 물론, 중국 정부도 국경절(건국절)인 10월 1일 전에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사태 수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보낼 계획이 없다"며 홍콩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대에 유화책을 펴자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계획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중국 정부가 송환법을 철회하자는 람 장관의 제안을 거부하고 그에게 시위대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을 통해 이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로이터가 뻔뻔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 "세계 최대 통신사의 치욕"이라고 맹비난했다. 사평은 "이는 급진적인 시위대가 더 강력히 중앙정부에 대항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시위를 통해 홍콩의 혼란을 정치적 수준으로 한층 더 고조시켜, 중앙정부와 홍콩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