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회..."아직도 해결 안됐다"

2019-08-27 16:18
피해자, 폐질환4단계 구별 폐지 요구…고통지속
기업, 유해성 검증 없이 판매·유통 책임 엄중

목에 호스 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는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기업 분야에서는 유공(현 SK이노베이션)·SK케미칼, 애경산업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나와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한 경위와 제품의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시청 다목적실 2층에는 142석의 피해자석이 마련됐다.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사태의 원인 규명과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청문회 개회 후 피해자 모두 진술에서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기업의 책임 처벌과 피해자 구제에 대해 촉구했다. 2층 피해자석에도 의견에 동의하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업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자 심문위원은 살균제의 안정성 검증 과정이 부실했던 기업의 책임을 캐물었다. 증인들은 당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대답을 내놓거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발언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증언을 들으며 참담한 생각이 든다. 특히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 출소 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징벌적 보상제도가 도입돼야 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데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을 이어받은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최 전 대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여러 수사를 받고 SK케미칼 전·현직 직원들이 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SK케미칼이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간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거나 소통 하는 과정에 있어서 부족했다는 질책을 잘 알고 있다”며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인 기업의 책임을 다하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후에는 정부 분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에게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했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은 “공정위는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안정성을 강조하며 광고한 것에 대해 짚어내지 못했다”며 “이후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내부 심사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청문회 도중 피해자들은 2층에 마련된 좌석에서 증인들의 대답에 항의하거나 울분을 토했다. 이날 청문회는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27일 서울시청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사진=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