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짜리 성명만 남긴 G7...내년에는 더 깜깜
2019-08-27 11:11
佛 비아리츠 G7 정상회의 폐막...분열상에 공동선언 대신 짧은 성명
내년에는 미국이 의장국...개최지, 푸틴 초대 논란에 균열 심화 예고
내년에는 미국이 의장국...개최지, 푸틴 초대 논란에 균열 심화 예고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26일(현지시간) 한 쪽짜리 성명을 내고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서 비롯된 분열 구도 탓에 한 자리에 모인 정상들은 다자 대신 양자 논의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내년에는 미국이 의장국이어서 G7 정상회의의 분열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번 회의 의장국인 프랑스 정부는 이날 G7 정상들을 대신해 △무역 △이란 △우크라이나 △리비아 △홍콩 등 5가지 문제에 대한 정상들의 공감대를 정리한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가 G7 정상들이 매년 발표하던 공동선언을 짤막한 성명으로 대체한 건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캐나다 퀘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뒤 귀국길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공동선언을 철회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철회할 문서를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전통적인 공동선언을 없앤 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묘책이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다만 성명에 담긴 내용은 한 쪽에 불과한 분량보다 더 빈약했다고 꼬집었다.
무역 항목엔 개방되고 공정한 세계 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불공정 무역관행을 없애고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틀 내에서 내년까지 규제장벽 단순화, 국제세제 현대화를 위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한창인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등 현실적인 위협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이밖에 공동성명에는 이란 핵 문제와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갈등 해법 마련, 리비아 분쟁해소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홍콩의 자치를 지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하나같이 원론적인 구호에 그쳤다. 기후변화 같은 전지구적인 사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G7 정상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해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에 2000만 유로(약 271억원)를 즉각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는 이번 정상회의 개최 비용에도 못 미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기후변화 관련 세션에 불참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자 차원에서 깊은 논의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고 전했다. 정상들이 양자회담에서 별도의 이해조정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G7 정상회의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따로 만나 미·일 무역협정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 일본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대신해 미국산 옥수수를 비롯한 농산물을 대거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럼프 못지 않게 G7 정상회의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그는 정상회의 중 스카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재정분담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며 EU를 압박했다. 그는 EU에 내야 할 이혼합의금은 영국 경제에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노딜 브렉시트 불사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G7 정상회의는 올해보다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이 의장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회의 개최지로 자신 소유의 마이애미 인근 도럴 골프 리조트를 유력하게 꼽아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올해 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G6 정상들이 복귀 반대를 주장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할 생각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내년 G7 정상회의가 트럼프의 골프 리조트에서 푸틴이 사실상 부의장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리면, 나머지 국가들은 올해 회의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