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OECD 최고수준 상속세, 비정상적 경제환경 만들어"
2024-11-18 15:16
韓, 상속세 최고 60%, 사실상 세계 1위
경제 활성화 위해 최고세율 인하 등 시급
경제 활성화 위해 최고세율 인하 등 시급
정부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재계가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 상속세가 기업의 경제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온 만큼, 이번엔 반드시 기업인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 국가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발표하고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기업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저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 △이중과세 소지 △탈세유인 등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7월 상속세 최고세율 하향(50% → 40%),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과세(20%) 폐지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9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5년간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지나치게 높아 기업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상속받는 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대주주 지분일 경우 20%를 할증해 최고세율이 사실상 60%가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0.4%(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보다 4배나 높았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0.1%), 독일(0.2%), 영국(0.3%)보다도 세 부담이 큰 상황이다.
과중한 상속세가 기업투자 약화, 주가부양 제약 등 경제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인은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에 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고, 기업투자 약화는 일자리 상실 및 소비 위축을 초래하게 돼서다.
상속세는 중산층에게도 큰 부담이다. 과거 상속세는 극소수 고소득층에만 부과됐던 세금이었지만, 지난 10년간 급등한 부동산 등 가치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현재 중산층까지 납부하는 세금이 됐다.
실제 상속세 과세대상인 피상속인과 총결정세액은 2012년 6201명 1조8000억원에서 2022년 1만5760명 19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상속세 징수액이 급증함에 따라 14개 국세 세목 중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 징수액은 2012년 8번째였으나, 2022년에는 4번째 세목으로 올라섰다.
상의는 급증하고 있는 상속세 부담이 최근 우리나라 인재와 자본 유출 증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계속 인상된 반면, G7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고, 미국은 55%에서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상의는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고, 상속세가 없거나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한 나라는 14개국이며, 상속세 있는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은 26%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이 같은 상속세 부담은 오너 경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질서 속 국내 기업들에게 세계 최고수준 상속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주요국 세제를 참고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고 경제활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