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아는 만큼 맛있다

2019-08-16 06:00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사진=농촌진흥청]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쌀을 구입할 때 품질(33.2%)과 맛(30.5%)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쌀 구입 시 생산지역(20.9%), 쌀의 품종(19.1%), 원산지(16.8%)를 우선 확인한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8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확인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쌀 전문매장도 등장했다. 마치 커피나 와인을 대하는 것처럼 품종별로 각기 다른 쌀의 특징을 ‘밥 소믈리에’로부터 설명도 듣고 자신에게 맞는 쌀을 추천해준다. 또한 현미 상태로 진열된 쌀을 소비자가 원하는 분도에 맞춰 바로 도정해 준다.

쌀이 주식(主食)을 넘어 미식(美食)으로 변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국산 벼 품종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기준,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우리나라 벼 품종은 298종이다. 이 가운데 200개 품종은 밥쌀용이고, 98개는 가공용이다. 1971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통일벼’를 계기로 국산 벼 품종 개발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40여 년 동안 농업인과 소비자의 기호에 적합한 벼 품종이 개발되면서 우리나라는 다양한 벼 품종을 보유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의 쌀 선택권도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 100%를 웃돌며 완전자급을 이뤘다. 그러나 전체 벼 재배면적 가운데 약 10%는 ‘아키바레(추청)’,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같은 외래품종이다. 1970년대에 도입된 ‘아키바레’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림축산식품부, 농협, 지자체와 협력하여 현재 7만5000ha에 달하는 외래 벼 품종을 2023년까지 1만ha 이내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우리 벼 품종 재배 확대를 추진 중이다.

먼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삼광’ ‘진수미’ ‘알찬미’ ‘해들’ 등 적정한 수량에다 밥맛도 좋은 최고품질 벼 품종 12종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참드림’,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새청무’ 등 지역전략품종을 중심으로 최고품질 쌀 생산과 유통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8개도 11개소 2755ha를 조성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35개소 7600ha까지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밥맛 좋은 쌀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해들’ 품종을 경기도 이천지역과 협력하여 보급을 확대하고, ‘참드림’을 경기도 전체 지역과 인천‧충북 지역으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육성품종인 ‘진상’과 ‘골든퀸3호’도 확대 보급을 추진해 우리 식탁에 우리 쌀이 주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을 의미하는 한자 米(미)를 풀어서 보면 숫자 8(八), 10(十), 8(八)로 구성되어 있고,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서는 여든 여덟 번(八十八)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착안해 만든 기념일이다. 지금 벼는 8월의 햇살 아래에서 묵묵히 여물어가고 있다. 쌀은 그동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먹거리였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주식(主食)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올해를 우리 쌀의 주권 확보를 위한 원년으로 삼고 우리 벼 품종 쌀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재배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