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가루쌀 2년 연속 흉작…상품성 개선해야

2024-11-23 06:00
"밀 시장과 완전히 달라…쌀 공급 줄이는 목적이 더 커"
"신품종 개발 단계…2027년 농가 보급 목표"


 
가루쌀 생산단지 [사진=전라남도]
정부가 쌀 공급 과잉과 수입 밀가루 대체를 위해 가루쌀을 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가루쌀 작황이 2년 연속 부진하면서 농가에서는 국내 기후와 맞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가루쌀 생산량은 3만5000t으로 추산된다. 고온과 집중호우, 병해충으로 인해 당초 예상량 4만t에서 5000t 감소한 수준이다. 가루쌀 생산이 본격화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흉작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가루쌀은 바로미2라는 품종을 통해서 재배된다. 쌀가루 가공용으로 개발된 종자로 생김새와 생육은 벼와 비슷하다. 기존 쌀과 다르게 물에 불리지 않고 빻아 가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쌀 재배 면적을 줄이고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한 가루쌀 재배에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재배 안전성과 상품성에 대한 의구심이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가루쌀이 일반 벼보다 생육 속도가 빨라 국내 경작 여건과 맞지 않고 호우와 병해충에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평년보다 강우량이 많지 않았는데도 수발아(벼 이삭에 싹이 트는 현상)와 도복(비바람에 의해서 벼가 쓰러지는 현상) 피해가 컸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가루쌀의 상품성도 비판받는 요소다. 정부가 가루쌀은 정부의 전략작물로 지정한 만큼 kg당 1800원 수준으로 전량 수매한다. 그 뒤 정부가 식품업체에 kg당 1000원으로 파는 형식이다. 다만 그럼에도 밀가루보다 1.5~2배 높은 가격이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가루쌀 배합을 위한 고유의 기술력도 갖춰야만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상품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농가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를 보면 가루쌀은 유독 기후와 병해충 피해가 심하다"며 "가루쌀을 재배하는 농민들 사이에는 '우리 기후에 맞지 않는 품종'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루쌀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이어진다. 해당 관계자는 "공공비축미는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사들이는 취지인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가루쌀을 포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며 "가루쌀은 밀가루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지속 가능하지 못한 정책이고 공공비축미는 일반 쌀을 매입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농가에서 정책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은 쌀의 공급과잉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크고 밀과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가루쌀과 동시에 밀 육성도 강화하고 있지만 국산 밀은 수입 밀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가루쌀이 흉작이 든 것은 이상기후 영향이 크다. 아울러 가루쌀은 일반 벼보다 이양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지침을 주고 있다"며 "수발아와 도복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해 2027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가루쌀 신품종 개발은 농촌진흥청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가루쌀 품종개발 예산은 4억20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내년에도 가루쌀 품종개발 예산은 3억원으로 측정됐지만, 현재 국회에서 증액 논의가 거론되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