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일본 원자재 완전교체…바이오업계, 脫일본 움직임

2019-08-08 18:34
생산 공정 등 변화 불가피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모두 교체키로 결정한 것처럼 바이오업계도 일본산 원자재를 완전히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제약‧바이오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 불확실성 등 모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로 인해 일본 원부자재를 다른 대체재로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품목은 ‘바이러스 필터’다. 바이러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 바이러스 등 불순물을 걸러주는 소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러스 필터의 경우 1년 이상 쓸 수 있는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태로, 당장의 피해가 우려되진 않는다”며 “바이러스 필터를 제외한 몇 가지 일본산 원부자재는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자재를 교체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업계 내에서 차츰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따라 내부적으로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변화가 있다”며 “몇 군데 업체들이 이런 움직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조공정에 쓰이는 소재를 바꾸기 위해 설비 등을 바꾸게 되면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인증‧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부담은 있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오협회는 이번 사태로 인한 산업계 피해사례와 애로사항 등을 조사 중이다.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제품 수입 시 수출허가 지연이나 민감자료 요청 등 애로사항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바이오분야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은 미생물‧독소류와 생물장비류 등이다.

미생물‧독소류는 보툴리눔 독소 생산균주와 탄저균 등 박테리아 22종, 황열과 두창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59종, 보툴리눔 독신 등 독소와 그 하위단위 16종, 식물병원균 19종, 유전자가 변형된 통제대상 미생물이다.

생물장비류는 바이오의약품 등의 생산에 필요한 장비인 배양기, 원심분리기, 교차흐름 여과장치, 동결건조기, 보호장비, 생물안전캐비닛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