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혈사태 터진 홍콩 시위...中 "일국양제 마지노선 건드리는 행위" 경고

2019-07-22 07:39
시위 주최측 추산 43만명, 경찰측 추산 13만8000명...4번째 대규모 시위
친중파, 반중파 충돌해 수십명 다쳐...일부 시위대, 중국 휘장 훼손하기도
中국무원 "일국양제 마지노선 건드리는 행위...절대 용납할 수 없어" 경고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7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경찰과 시위대는 물론, 친중파와 반중파도 충돌해 수십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또 일부 시위대가 처음으로 중국 휘장에 먹칠을 하는 등 강한 반중 감정을 표출하자 중국 당국이 긴급 성명을 통해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심야에 긴급 성명을 내고 "일부 시위대의 이런 행동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신문판공실은 "홍콩 주재 중국 중앙연락판공실(중련판·中聯瓣)은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설립한 기관 중 하나"라면서 "중련판을 에워싸 공격하고, 국가 휘장에 먹칠하는 행동은 엄연히 국가 주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홍콩 경찰이 적시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콩 정부 역시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국가 휘장을 훼손해 국가 주권에 도전한 시위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홍콩 자치정부는 이번 사건을 법에 따라 심각한 방식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약 11시간 동안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완차이에 있는 복합 체육 시설인 사우던 플레이그라운드로 이어졌다.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은 이들은 "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와 처벌", "완전한 민주 선거제 도입"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43만명, 경찰 측 추산 13만80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주최 측 추산대로라면 이날 시위는 각각 103만명, 200만명, 55만명이 참여한 지난달 9일과 16일, 이달 1일 시위에 이어 열린 대규모 도심 집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일부는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까지 진출해 중국 중앙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위대는 연락판공실 청사를 둘러싼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반중국 구호와 욕설 등을 써 놓았다.
 

지난 21일 홍콩에서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사진=로이터통신]


홍콩 시민들 간에 송환법 반대 문제를 놓고 찬반 대립이 커지는 가운데 친중파, 반중파가 충돌하는 사건도 잇따랐다. 

SCMP는 21일 밤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최소 3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이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서 친중파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대로 센트럴에서는 도로 점거에 항의한 차량 운전자가 수십 명의 시위대에게 폭행당해 병원으로 옮겨진 사건도 벌어졌다.

홍콩 당국은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는 것을 우려해 핵심 시위대 700여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 최근 당국이 폭력 시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700여명을 추적 중이며 이들 대부분이 25세 이하 대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위대는 헬멧과 마스크, 고글, 우산 등으로 얼굴을 가려 경찰이 이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FP통신은 반정부 시위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래로 홍콩 정부 권위가 ‘최대의 도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