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인력전쟁 下] 기업 노력만으론 부족...국가 차원의 예방책 필수
2019-07-22 09:45
인력 유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한 핵심 기술 확보는 최단시일 내에 경쟁사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기업으로 인력 확보 전쟁이 활발한 이유다.
최근에 인력 전쟁은 더 치열해졌다. 뚝딱뚝딱 제품을 만들던 제조업 시대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은 연구개발(R&D)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인력의 이동은 단순히 해당 직원의 퇴사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인력이 해외로 이동할 경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 설계도면이나 요소기술 등이 함께 유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탓이다.
실제 해외로 첨단기술을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대기업 협력업체 연구원 5명이 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 5000여 건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다가 국정원에 적발됐다. 또 국책연구원장을 지낸 한 대학교수가 600억원대 국가 R&D자금을 포함한 풍력발전 시스템 자료를 중국에 유출하려다가 걸리기도 했다.
최근에 기업들이 '화끈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전 사업부문에 월 기본급 850%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LG화학은 올해 초 최대 500%의 성과급을 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700%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올해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100%의 성과급을 줬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반도체 사업부문에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기술 유출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스템 강화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범정부 차원의 R&D경쟁력 확보도 필수다. 현재 정부의 R&D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가 일원화되지 않은 상태다. 또 특화된 사업과 영역을 주도하는 연구기관도 마땅치 않아 R&D 생산성이 높아지기 힘든 구조다.
안두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적정한 구조를 갖춘 R&D 사업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다수 사업들이 포괄적 성격"이라며 "기초연구, 국제화, 인력양성 등 특정 정책지향적 사업들을 개별 사업들로 설치 운영하기보단 유형별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른 일반 R&D 사업에 포함시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