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에 절차상 하자'... 대법 "재판 다시해야"
2019-07-11 11:47
판결 취지 상 '입국거부 부당하다'는 내용도 포함
병역기피를 이유로 국내입국이 거절됐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이 다시 비자신청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비자발급을 거부한 출입국본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의 처분에 절차 상 하자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면탈을 이유로 입국이 금지된 ‘스티브 유’가 LA총영사를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스티브 유의 입국을 금지한 법무부 장관의 행위가 정식 ‘처분’이라고 볼 수 없는데도 LA총영사가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17년 전에 법무부 내부 통신망에 게재된 장관의 '지시'를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LA총영사가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라고 해도 이를 정당한 처분의 근거로 볼 수 없는 만큼 LA총영사가 비자발급 여부에 관한 충분한 검토를 한 이후에야 발급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비자발급 거부 자체를 위법하다고 본 것이라기보다 적절한 비자발급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따라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LA총영사는 스티브 유에 대한 비자발급 여부를 심사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다시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유씨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당시 관련 법규에서 ‘병역을 기피하더라도 만 38세가 지난 경우에는 특별한 위험요소가 없다면 입국을 불허해서는 안된다’라는 규정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또 “입국금지 결정은 병역면탈을 이유로 한 제재조치로, 의무위반과 제재처분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지만, 내용상 비자발급을 권고한 셈이다.
1990년대 유명가수로 활동했던 유씨는 병역이행을 몇 달 앞둔 지난 2002년 갑자기 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기피했다. 그 전까지 유씨가 '군대를 가겠다'라고 공언해 왔고, 정부부처에서는 유씨가 입대할 것에 대비해 여러가지 준비를 했던 만큼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 법무부는 유씨를 입국거부자 명단에 포함시켰고, 우리 외교공관은 ‘재외동포 비자’의 발급을 거부하는 등 입국을 불허해 왔다.
그러자 유씨는 자신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불법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총영사관의 판단이 합당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승준은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 논란을 자초한 뒤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라 입국이 금지돼 2002년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