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강제적 도시 정비에 교민 피해 속출

2019-07-04 16:56
한인 밀집지역 상가 부분 철거, 영업공간 축소
"사드 사태 후 수익성 안 좋은데" 이중고 호소
유예기간 없이 강행, 한국기업·교민 배려 없어

베이징시의 도시 정비 사업으로 부분 철거 대상이 된 왕징 한국성 전경. 사드 사태 때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건물명을 미식성(美食城)으로 바꾸기도 했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베이징시의 공격적인 도시 정비 사업 추진에 한국 교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십수 년간 운영해 온 영업장이 별다른 유예 기간 없이 철거 위기에 놓이는 등 사드 사태 이후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던 소상공인들이 이중고를 겪게 됐다.

4일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 내 음식점 상가 한국성(韓國城) 건물에 대한 일부 철거 및 개축 공사가 오는 7일부터 시작된다.

건물 뒷부분의 2~3m 공간을 헐어 내는 작업으로, 한국성에 입주해 있던 한인 음식점들은 영업 공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10년 이상 유지돼 온 영업장이지만 베이징시는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무허가 증축이라며 철거에 나섰다.

철거 비용은 건물주가 부담할 예정이지만 상인들은 그에 따른 임대료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성 내 한 음식점 사장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비용을 보전하지 않겠느냐"며 "혹 임대료가 오르지 않더라도 영업 공간 축소에 따른 매출 하락이 예견된다"고 토로했다.

왕징의 또 다른 상가의 경우 부분 철거로 인해 음식점의 출입구가 사라지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해당 상가에 입주한 한인 사업가는 "지난달에야 철거 소식을 접했다"며 "유예 기간도 주지 않고 정비 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지상 2층 규모의 스포츠 센터는 2층 전체를 철거해야 할 판이다. 영업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스포츠 센터 대표는 "지하 2층, 지상 1층이 규정이라며 2층을 없애라는 시정 조치가 내려졌다"며 "2층짜리 건물에 입주한 인근 식당이나 카페 등도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나 교민 사회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따르지 않을 명분은 없다.

올 들어 베이징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철거 공사판이 됐다. 곳곳에서 건물 개축이나 광고판 철거 등이 이뤄지고 있다.

강제적인 도시 정비 사업의 배경은 확실치 않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경관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나 환경보호부 부장(장관) 출신인 천지닝(陳吉寧) 시장의 업적 쌓기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국 기업과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 업체가 소유·관리하던 베이징 창안제(長安街)의 삼성·현대차 광고판이 전격 철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업체는 베이징의 한 공기업과 2025년까지 광고판을 운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시 당국은 피해 보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국의 강한 압박에 중국 현지 기업들도 위축된 분위기"라며 "사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교민 사회가 더 움츠러들까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