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무덤?" 중국 베이징 '한인촌' 왕징 풍수지리 논란
2019-03-20 10:34
랜드마크 왕징소호 오피스빌딩 최악의 풍수로 논란
여기에 입주한 모모, 판다TV 등 줄줄이 도산
'봉건미신'에 법적 대응 나선 판스이 소호차이나 회장
여기에 입주한 모모, 판다TV 등 줄줄이 도산
'봉건미신'에 법적 대응 나선 판스이 소호차이나 회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 북동쪽에는 왕징(望京)이란 지역이 있다.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유명한 왕징에 가면 산 봉우리를 형상화 한 거대한 빌딩이 눈에 띈다. 왕징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왕징소호차이나(이하 왕징소호)다. 이곳은 하루 임대료만 ㎡당 7위안(약 1178원)에 달하는 고급 오피스 빌딩이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풍수학적으로 최악의 건물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선군쥐(神棍局)라는 중국의 한 1인미디어가 게재한 ‘베이징의 왕징소호 풍수 때문에 망한 인터넷기업들’이라는 제목의 문장에서 비롯됐다. 문장은 왕징이 원래 풍수학적으로 기피하는 곳이라며, 특히 왕징소호는 살기가 가득해서 풍수학적으로 최악의 빌딩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도로가 건물 정면으로 치고 들어와 충돌하는 형상인 노충살(路沖殺), 취기(聚氣)에 불리한 건물 형태, 건물 옆 주변 도로가 활 모양으로 커브를 이루면서 지나가면서 생기는 반궁살(半弓殺) 등등, 풍수학적으로 기피하는 요소 대부분이 왕징소호에 몰려있다는 주장이다. 왕징소호 입구에 설치한 분수로도 거센 노충살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그러면서 문장은 중국 채팅앱 모모(陌陌), 모바일스트리밍 업체 판다TV, 공유자전거 업체샤오란단처(小藍單車) 등 이곳의 입주 기업들이 점차 사세가 기울면서 결국 타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파산했다고 전했다.
최근엔 중국 또 다른 미디어업체인 싼옌차이징(三言財經)도 '왕징소호에서 망하는 인터넷기업'이라는 제목의 문장을 올리며 왕징소호의 풍수학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리적으로 왕징소호는 베이징 북동쪽에 위치해 귀문(鬼門)이란 불린다. 귀문이란 귀신이 드나드는 방위로, 음양의 기가 교차한다고 본다. 팔괘에서 북동쪽은 간괘(艮卦)라 불리는데, 간괘는 산을 상징한다. 산은 곧 흙이 쌓인 것으로 음양오행 중 토(土)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정보의 흐름인만큼 수(水·물)에 속하는 업종이다. 결국 토와 수는 서로 상극이라 왕징소호가 인터넷 기업 발전에는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풍수학적으로 안좋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건물주는 당연히 발끈했다. 왕징소호를 건설한 중국 부동산재벌 소호차이나는 최근 선군쥐가 자사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호차이나는 성명에서 "선군쥐 등이 공개적으로 게재한 문장은 봉건 미신으로 왕징소호를 공격했다"며 "이는 자사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고객의 마음에도 상처를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률적 수단을 동원해 이번 사태를 해결함으로써 과학적, 이성적, 문명적 방식으로 고객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판스이(潘石屹) 소호차이나 회장도 지난 18일 저녁 웨이보를 통해 왕징소호의 풍수학 논란에 반박했다. 그는 "건축 설계, 인터넷, 초미세먼지(PM2.5) 농도 등 방면에서 왕징소호의 사무환경은 우수하다"며 "왕징소호가 너무 인기가 많다보니 누군가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이성이 봉건 미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판스이 회장이 비록 풍수가 봉건 미신이라며 폄하했지만 사실 판 회장 자신도 지난 2014년 12월 당시 왕징소호가 풍수학적으로 좋다면서 이야기한 적도 있다. 앞서 그는 왕징소호 입주기업이었던 채팅앱 모모가 2014년 12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왕징소호 풍수가 좋아 인터넷 기업 발전에 적합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사실 중국인들은 풍수지리를 워낙 따지는 걸로 유명하다. 풍수가 중국인 생활에 스며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기업들도 부동산과 관련해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건 흔한 일이다. 사무실 입주 위치나 구조설계 등을 결정할 때 풍수를 조언해 줄 풍수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풍수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면 집값이나 사무실 임대료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베이징 왕징소호의 풍수학 논란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