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변수로 떠오른 ‘홍콩시위’·’궈타이밍’

2019-06-21 17:05
홍콩사태 영향으로 '친중' 후보자들 '반중' 선회
궈타이밍 회장직 사퇴 국민당 후보 경선 가열

대만이 내년 1월 치르는 총통 선거의 판세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홍콩사태’의 영향으로 친중, 반중으로 나뉘던 후보자들 성향의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다. 대만 대선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던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정밀공업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선거 레이스에 본격 뛰어든 점도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친중’ 외치던 후보들 은근슬쩍 방향 전환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최근 대만 대선 분위기가 ‘반중’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을 둘러싼 홍콩의 대규모 시위로 대만 내 반중 분위기가 확산하자 친중국을 표방하던 후보들이 중국에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친중 성향이 짙은 대만 야당 국민당의 유력 경선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과 궈타이밍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시장은 "일국양제를 거부한다. 중화민국과 자유민주의 태도를 굳건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고, 궈 회장은 “홍콩에서 일국양제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유력 후보로 꼽히는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도 최근 “일국양제는 대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에 호재가 되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 후보로 확정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후보들에게 크게 뒤져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격차를 좁히고 있다.

대만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되며 '독립'이냐 '통일'이냐를 둘러싼 문제가 내년 1월 치를 총통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모습이다. NAR은 “홍콩사태가 대만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시위는 홍콩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다. 홍콩 여당과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송환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 시위를 펼쳤다.
 

궈타이밍 훙하이 그룹 회장 [사진=웨이보 캡처]


◆’대만판 트럼프’ 궈타이밍 대선 레이스 본격화

궈 회장이 이날 그룹의 지배권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번 선거에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그가 회장직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궈 회장은 이날 훙하이 주주총회에 마지막으로 참석해 퇴임 의사를 밝혔다. 훙하이는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을 거느린 대기업이다.

궈 회장은 “지난 40년간 훙하이정밀공업이 핵심 제조업 기술을 지반으로 인터넷 응용,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동화 발전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9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들이 회사를 더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했다.

대만 대선은 민진당의 차이잉원, 7월에 결정될 국민당 후보, 무소속인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의 3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궈 회장의 회장직 사퇴는 국민당 후보 경합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뤄진 여러 대만 내 여론조사에서 궈 회장은 한 시장과 더불어 당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