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북 낙인 댓글’ 원세훈, 이정희 명예훼손...2000만원 배상하라”

2019-06-13 13:06
‘원세훈 지시 받아 국정원 직원들, 모욕적인 댓글로 명예훼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50)가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68)에게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부(부장판사 정원)는 13일 오전 10시 이 전 대표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청구액 3000만원 중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전 대표는 2013년 3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선거 등 정치에 개입하는 정치 활동으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오피스텔에서 대치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대선에서 당시 여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목적으로 근무시간에 한 오피스텔에서 댓글 달기를 해온 것이 밝혀졌고, 이는 원 전 원장의 업무지시에 기초한 조직적인 행위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저에 대해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며 종북으로 낙인찍기 위한 교묘한 댓글을 달아 개인의 명예도 훼손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당시 댓글 사건을 수사하며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게시한 트위터 글 등에 이 전 대표와 통합진보당에 반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이 사건으로 기소돼 정치개입 및 선거운동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이 확정됐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 직원이 퍼뜨린 글은 매우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이 전 대표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결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작성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