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상정 예정...추가 유혈사태 우려

2019-06-11 22:03
12일 시위규모 더 커질 것 예상..."너도나도 시위 동참"
법안 통과 가능성 커...정부·친중파 의원 결속력 강해
대만에 이어 홍콩,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최전선 '부상'

오는 12일 홍콩 입법위원회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경찰과 시위대가 또다시 충돌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인인도'는 국제법상 국가는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는 없지만 다수 국가는 개별적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특정의 범죄자를 서로 인도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중국에서 주권을 반환하고 자치권을 획득한 홍콩은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해왔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 시작...한차례 충돌 불가피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위원회는 오는 12일 오전 11시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홍콩명보는 "일반적으로 홍콩 입법회의 법안 표결은 2차 심의가 끝난 후 3차 심의를 거쳐 이뤄지지만, 이날 홍콩 입법회가 2차와 3차 심의를 한꺼번에 처리해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근 몇 주간 홍콩에서 친중파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자, 지난 9일 하루에만 전체 시민의 7분의1에 달하는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몰려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홍콩으로 숨어든 범죄인을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마카오 등의 요구에 따라 인도할 수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12일 이어지는 시위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홍콩명보는 전망했다. 홍콩 내 100여개 기업과 점포 등이 이날 하루동안 영업을 중단하고 저지시위에 동참하고, 홍콩 노동운동단체들과 환경단체, 예술계, 사회복지사총공회 등은 일일 파업을 벌이고 저지시위에 참여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사진=AP통신]

◆범죄인 인도 법안 통과 가능성 커...친중파 대거 포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는 홍콩 의회는 개정안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CMP는 입법회 내의 역학 구도를 생각하면 홍콩 정부가 표결을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콩 입법회 의석은 총 70석으로 지역구 의석 35석, 직능대표 의석 35석으로 구성된다. 직능대표 의석은 '건제파(建制派)'로도 불리는 친중파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지역구 의석 역시 지난해 보선 등의 결과에 따라 친중파 18석, 범민주파 16석으로 친중파가 더 많다. 나머지 1석은 공석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지난 2003년 7월 1일 5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벌여 국가보안법 추진을 무산시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지금은 홍콩 정부와 친중파 의원들의 결속력이 강해 법안 처리를 저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홍콩 100만 시위...미중 갈등 새 뇌관 되나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며 100만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홍콩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는 홍콩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고 나서자 중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에서 수십만 명이 벌인 평화시위는 이 법안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개정안이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고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제도를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특별행정구와 관련한 일은 중국 측이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했다"며 "홍콩 측이 사회 각계 의견을 듣고 초안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법안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겅 대변인은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홍콩의 일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웨이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