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 악화 대비 희토류 대미수출 제한 조치 준비"-블룸버그

2019-05-31 15:26
미국산 대두수입 중단에 이어 희토류 보복카드 '만지작'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이 대미 반격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희토류 대미수출 제한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카드를 이용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조치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내달 1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할 예정인 가운데, 상황 악화에 대비해 필요할 경우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 정부가 결정만 내리면 즉시 실행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자성과 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에서 찾을 수 있는 17개 희귀 원소를 일컫는다. 형광등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터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중국은 한때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이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자주 거론돼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희토류는 약 12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71%를 차지했다. 미국과 호주가 중국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최근 수입량의 5분의 4를 중국에 의지한 채 수입량을 대거 늘려 왔다. 지난해에만 17%가량 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일 장시성 간저우(贛州)시 진리(金力)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인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를 시찰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확산됐다. 

이후 중국 관영언론은 시 주석이 단순히 현지 시찰에 나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중국 경제정책을 총지휘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직접 희토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희토류를 보복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제품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전날 브리핑에서 말하며 희토류 무기화에 무게가 더 실렸다. 그는 그러면서 희토류 자원으로 우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의 희토류 자원에 대한 '정당한 수요'를 만족시키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신과 해외 전문가들도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희토류 보복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에 대한 어떤 제한 조치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무역 긴장이 고조된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업계 대부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도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 미·중 무역 전쟁이 급속도로 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어떤 조건, 형태로 희토류 수출 제한이 이뤄질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먼저 미국 농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두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