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빠지는 ESG 펀드, 수익률 역성장에 투심악화
2024-09-15 15:00
올들어 ESG펀드 5080억弗 증발
고금리·AI집중 투자에 투심 위축
고금리·AI집중 투자에 투심 위축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ESG 관련 금융상품들의 수익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받던 ESG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15일 글로벌시장 펀드자금 유출입 데이터 통계 제공업체 ‘EPFR’의 집계 결과 글로벌 펀드 자금(5월 기준)은 올들어 5080억 달러 증가했다. 반면 ESG 펀드는 102억 달러 규모로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식펀드에서 유출이 심했다. 월간 ESG 주식펀드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4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 4월 129억5000만 달러까지 약 3배가량 급증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1년 4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ESG 펀드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올해 순유출로 전환됐다”며 “엔비디아 등 소수의 인공지능(AI) 관련 대형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함에 따라 ESG 관련 종목들의 투자수익률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SG 관련 종목 수익률은 지난해부터 역성장했다. S&P Global Clean Energy Index는 올 들어 -9%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작년에는 -21%로 수익률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백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 발표 시 S&P500에 상장된 기업 중 29개 업체만 ESG를 언급하는 등 이전에 비해 ESG에 대한 기업 차원의 관심도 약화된 양상을 보여줬다”며 “ESG에 대한 관심을 언급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ESG보다는 다른 거시적 요소들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의 업황이 위축된 배경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백 연구원은 “비용 문제가 심화되면서 ESG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AI 수요의 증가로 구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가운데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코발트 등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ESG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ESG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ESG 정보의 신뢰성 회복, 그린워싱(표면적 ESG 준수 행위) 규제 등이 선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부터 ESG 채권 인증평가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ESG 정보의 투명성, 정확성,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모든 상장법인의 재무제표에 기후관련 지표를 포함해 공시하고 부분적인 인증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